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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역사 바로 세우기(10) /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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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사회참여 운동을 통해 민주화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러한 공부를 통해서 정규 초·중·고등학교 때 배운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것을 가르치는 집권 세력의 불의한 의도로 매우 많이 왜곡되고 잘못 전달됐음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무엇이 역사의 진실이고, 무엇이 역사적인 과오이며 왜곡된 것인지를 밝히는 공부를 하게 됐는데, 한편 그 진리를 캐가는 과정 또한 중요함을 알았다.

무엇이 진리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진리를 잘 알아듣게 설득하고 토론하고 나누며 무엇보다 공동체의 화목과 일치가 중요함을 살아오면서 체험하게 됐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통과 공감이 없는 진리는 무용지물이며, 이를 강조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고 독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예수님도 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러 오신 것이고, 이를 사람들이 가장 잘 알아듣게 하는 방법으로 무력이나 강제의 방법이 아닌 ‘십자가의 희생’을 택하신 것이었다.

실제 상황에서 어떤 것을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하고, 공동체 안에서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 흔히 ‘회의’를 잘해야 한다. 우리 사목자들이 ‘회의’를 경시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는 곧 기본적인 소통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생각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본당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에 반드시 전체 봉사자(구반장) 회의를 통해서 토론하고 동의를 구해 실행하곤 한다. 이를 위해서 사목위원들과 협조해 다양하고 심도 있는 준비를 하고 반드시 문서로 된 자료를 준비하며, 보충자료는 PPT를 사용하여 충분히 알아듣게 준비한다. 이렇게 해서 준비된 행사나 교육은 잘못 진행되거나 큰 문제가 된 적이 없고 오히려 “이번 일은 대성공입니다”, “일생에 이런 일(행사, 교육, 순례 등)을 체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받은 적은 부지기수로 많다.

이를 위해선 일선의 사목위원들이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항상 유혹은 “이번 일은 봉사자들(반장들)에게 설명하지 말고, 그냥 사목회 안에서 결정하고 실행하도록 하지요”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결정은 쉬울 수 있어도 반드시 오류나 미비점이 나오게 되고, 평가도 제대로 안 되며 매번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본당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에 적용이 되고, 특히 교구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구의 중요한 사안들에 주교님을 중심으로 사제, 평신도, 수도자들이 일치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소통과 대화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말이나 글로만 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회의와 이 회의를 뒷받침하는 자료준비와 이 자료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유와 나눔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체적인 노력 없이 ‘일치와 소통, 화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전두광 무리들처럼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실상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무지한 독재 권력’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제2대리구 북여주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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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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