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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미리내본당 125년사」 봉헌에 부쳐 / 이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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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3일, 안성 미리내본당의 역사서인 「미리내본당 125년사」가 발간됐다.
1896년 설립된 미리내본당이 125주년을 맞은 2021년 초부터 준비해 2년 만에 봉헌됐다. 붉은색 양장의 447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발간은 신자 300여 명에 불과한 미리내본당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과업이었다. 하지만 교회사 전문연구자들의 도움을 요청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나는 편찬위원장으로 이 일에 참여했고 최선을 다해 하느님의 사업을 완수하고자 노력했다. 본당 설립 전 미리내 교우촌 시절의 역사에서부터 기술이 시작되니 실제로는 200여 년간의 역사 서술이었다.

미리내본당은 본당과 공소, 수도원 위임 사목을 오가는 부침의 긴 역사를 가진 본당인지라, 일제 탄압과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전해오는 사료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초대 주임신부인 강도영(마르코) 신부의 서한집이 번역되어 나오고, 교계 각 연구진의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미리내에 대한 연구물이 조금 쌓여 온 상태인지라 큰 도움이 됐다.

방대한 역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들은 잊혔던 사실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 기록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은 반드시 인과관계를 갖고 있기에 교회 성장의 과정 또한 그 인과관계를 통해 설명된다.
교회 구성원들이 믿음과 확신을 갖고 봉사하며 신앙생활에 열심일 때 교회는 언제나 크게 성장했다. 사도직에 있는 사제와 신자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으로 하나 될 때 교회는 활성화되고 믿음은 더욱 충만해졌다. 일방적인 권위나 방임은 교회의 위축을 불러오고 갈등으로 인도하였다. 역사에 기록된 과업들이 그것들을 증명해줬다.

미리내본당의 125년 역사에서도 그러한 신앙역사의 궤적은 뚜렷이 입증된다. 특히 교회 초창기 교우촌에 바탕한 미리내본당의 설립과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깊은 산골짜기 신자 수십 명의 작은 성당이 40여 개가 넘는 공소를 거느리는 신자 3000여 명의 본당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감동적이다. 최근 비종교화 경향과 세속화가 가져온 교회 전반의 위축에 대해 지금이 그때보다 더 어려운 환경인가를 자문하게 한다.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적 사유와 행동 패턴 속에 지금의 우리를 비춰보고, 반성을 통해 미래를 설계한다. 역사가 거울이고 미래의 전망인 이유이다. 많은 오류 가능성에 대한 무거운 책임 속에서도 「미리내본당 125년사」의 봉헌을 허락하신 주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정진 알렉시오
제1대리구 미리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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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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