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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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하느님 나라의 입시 / 채유호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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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학교는 어김없이 바빠지고 정신이 없습니다. 기말고사 출제부터 성적 처리, 그리고 생활기록부 작성 등 선생님들의 업무가 과중되는 시기이며, 저희 학교가 속한 평택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기에 중3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고등학교 입시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중학교에도 보이지 않는 입시전쟁이 치러지며, 마지막까지 눈치싸움이 이루어집니다.

고입을 앞둔 중3 학생들에게도 초조함과 걱정이 드러납니다. 몇몇 친구들은 저에게 다가와 “신부님,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주세요!”라며 부탁하기도 하고, 고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을 직시하며, 지난날 자신이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합니다. 대입만큼의 무게감은 아니지만, 중학교 친구들은 고등학교 입시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지난날을 성찰하고 삶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배웁니다.

고입이라는 과정을 통해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하느님 나라에도 입시가 있다면 우리는 과연 지금과 같이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세상에서도 더 높은 자리, 안정된 직장 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스펙을 쌓아 가는데, 하물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느 누구나 이 세상에서의 소명을 다하고 하느님의 공심판과 사심판을 받게 되며, 두 심판이 바로 하늘 본향의 입시제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따뜻하고 인자한 사랑의 기준을 가지고 계시기에, 부족하고 죄 많은 우리를 기꺼이 용서해주시며 당신의 품에 안아주시리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때론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인해 신앙 안에서 쓰러지고 넘어지는 순간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결국 하느님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결과는 바로 내가 살아왔던 모습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대로 얼마나 사랑하려고 노력했는가?”, “신앙 안에서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딛고 일어서려고 노력했는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었는가?” 등 신앙을 통한 삶의 실천이 바로 그 기준이 될 것입니다. 구원은 은총으로 우리에게 주어지지만, 구원의 삶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도 분명 필요합니다.

훗날 삶의 끝자락에서 노력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깊이 후회하지 말고, 지금 힘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들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이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가장 좋은 날이고, 사랑을 실천하기에 가장 좋은 날임을 기억하며, 하늘 본향 입시를 잘 준비해 나갔으면 합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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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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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얼굴을 당신 종 위에 비추시고 당신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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