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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하늘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보이신 하느님 / 채유호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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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철부지’라는 단어는 ‘철없는 어린 아이’를 뜻합니다. ‘철’이라 함은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을 뜻하기에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드러내 보이셨을까요? 저는 학교에서 살면서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저와 이야기할 때 가끔 “신부님, 꼰대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할 때가 있습니다. 세대와 문화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이지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예의도 없이 어른한테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하지?!’라며 속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판단했습니다. 판단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너도 나중에 너 같은 아이한테 똑같이 당해봐!”라고까지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 성찰을 하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나름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기 위해서, 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속상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나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기에 아이들을 내 기준대로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자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또 나는 ‘젊은 꼰대’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의 문화와 습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니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군요. 우선 아이들의 ‘해맑음’이 눈에 띄었습니다. 때로는 어떤 일 때문에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 모습을 딛고 다시금 해맑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마음을 나누는 좋은 습관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 곁의 친구가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 눈물 흘려줄 수 있는 모습들이 왜 그렇게도 기특하고 예쁘던지. 마음을 나누는 좋은 모습이 예수님 눈에도 좋아보였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나라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핵심은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고, 해맑은 모습으로 어울리는 모습들 안에서 이미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생생히 실현되는 곳이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아이들을 통해 하늘나라를 미리 맛보고 배우며, 그 가치를 신자분들과 함께 나누는 날이 오길 희망해봅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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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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