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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귀감의 연대, 봉사에서 찾은 소중한 만남 / 임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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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거울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순화어로는 ‘본보기’가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사람으로 살아온 기억은 없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한 예도 없다.

그런 나도 큰 전환점이 있었다. 2017년에 청년을 대상으로 한 피정에 간 적이 있다. 조별로 모여 2박3일 동안 이루어지는 피정 안에서, 내가 속해있던 조의 봉사자는 처음 본 우리 조원들을 열렬하게 환영해주고 그 누구보다 따뜻한 눈빛과 마음으로 반겨 줬다. 처음엔 굉장히 의아했다. 서로 알던 사이도 아닌 우리를 마치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온 듯 대했으니까 말이다.

‘다들 서로 모르는 사이이니 서로가 어색하지 않도록 애써 노력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흘 동안 이루어지는 피정 안에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도 밝은 텐션을 유지하며 우리를 챙겨주었고, 피정이 끝나고 나서도 우리 조원들과 만나며 신경을 써줬다. 그렇게 그 봉사자는 나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됐다.

몇 년이 지난 뒤 같은 피정 프로그램에 나도 봉사자 자격으로 다시 들어갔다. 피정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봉사해 줄 참가자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어졌고, 과거 나에게 정을 베풀어 주던 봉사자를 모티브로 우리 조 피정 참가자들에게 봉사를 했다. 피정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단체 카톡방에 말씀카드를 공유하기도 하고, 날을 잡아 함께 식사하는 자리도 여러 번 가지며 지내던 도중 봉사했던 조의 자매님 한 분이 나에게 장문의 글을 써서 보내줬다.

그 자매님은 유독 단체생활에 날카로운 경계선을 가지고 계셨다. 하지만 그분은 제가 지나치는 인연이겠거니 하며 돌아보지 않았을 만남일 수도 있는 우리 조를 손 놓아 떠나보내지 않고 지켜줬다면서 그 덕분에 단체생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게 됐다고 했다.

더 나아가 대학교 가톨릭 동아리 회장을 맡고 새롭게 기도 모임도 시작하며 신앙생활을 더욱 늘려 나가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내가 아낌없이 나눠준 겨자씨를 그 자매님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적힌 마지막 글귀를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뿌듯했다. 누군가에게 신앙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임준영 모세
제1대리구 상촌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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