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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기도의 씨앗 뿌리는 효명학교 / 채유호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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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한국에서 종립학교가 제 역할을 하기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2004년 강의석군 사건 이후 종립학교라 하더라도 교육현장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띨 수 없게 된 것도 이유지만, 교육 당국이 교육 예산을 지원하면서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가 종교에 대해 무관심해지면서 종립학교의 색깔이 더욱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효명중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저는 ‘종립학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영적인 돌봄이 가장 필요했고, 가장 먼저 교목실의 문턱을 낮추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교목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간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의미 있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2년의 시간이 지나자 많은 학생이 방문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간식창고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함께 웃는 곳으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1년에 두 번, 개강 및 입학미사, 종강 및 졸업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550명의 학생 중 가톨릭 신자는 20~30명 남짓이었기에 처음부터 미사 분위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앉았다 일어나는 것은 아이들에게 결코 쉬운 게 아니었기에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고, 찾아와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종교가 다르더라도 종교가 없더라도 서로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응원하자며 설득했고, 이제는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미사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일 년에 두 번, 신부님 간식에 보답하는 시간이야”라고 얘기를 하지만, 미사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의 인사 때에 선생님이고 학생이고 할 것 없이 손을 맞잡으며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모습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하는 저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종립학교의 첫 번째 목표는 단순히 교세 확장이 아닙니다. 변화무쌍한 시기,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는 시기를 겪는 학생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전인적인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살아내는 신부, 수녀, 교사들의 삶의 향기도 중요하지만, 좋은 신앙의 표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괄목할 만큼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기도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닿기를, 그리고 기도를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마음 안에 신앙의 씨앗이 뿌려지길 희망해 봅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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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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