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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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의 이야기 /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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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무작정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사람들이 많았고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이면서도 밝고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신기한 느낌을 받으면서 내 신앙생활은 시작됐다.

말이 신앙생활이지 딱히 무언가 거창한 것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미사에 참례하고 간식을 먹으며 집에 가는 재밌는 놀이터, 어리기만 했던 나한테 성당은 그런 장소였다. 마르코라는 세례명과 성체성사를 받고 성가대에 들어가며 신앙과 함께 나는 점점 성장해 갔다.

그러던 중 형이 복사를 하게 됐다. 복사를 하게 되면 더 많은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그런 것보단 나는 형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어서 복사를 했다. 복사가 되기 위해서는 새벽 미사에 한 달 동안 참례해야 했는데, 새벽 미사에 참례할 때는 굉장히 힘들고 피곤했다. 복사 교육을 받고 미사를 배정받으며 처음으로 복사를 서게 됐다. 제대 위에 올라가 신기하던 것도 잠시, 많은 신자분들이 나를 보는 것 같아 매우 긴장했다. 첫 복사에서는 실수를 아주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새벽 미사에 나가야 한다고 들었을 때는 후회하기도 했지만 실수를 해도 다음번에 똑같은 실수를 안 하면 된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되지만 미사 시작 전 제의방에서 신부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친구와 얘기하는 게 재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을 것이다. 성가대 발성 연습을 하러 대리구청에 갔을 때 같은 성가대 형이 합창단에 스카우트되어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단원이 됐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합창단원이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오디션을 준비하고 긴장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갔었다.

매우 긴장하며 지정곡과 자유곡, 그리고 간단하게 발성 테스트를 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지휘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그때 선생님께서 “이런 애를 왜 나한테 안 데려왔지?”라고 하셨고 그 말을 듣고 오디션을 통과했을 때는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성당에 다닌다고 하면 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한때는 내가 성당에 다닌다는 걸 말하지 않으며 종교가 있냐고 물어봐도 딱히 없다고 대답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랬는지 후회된다. 성당은 나에게 아주 많은 기회를 줬고 그 기회들 덕분에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으며 이 글을 쓸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성당에 다닌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때 나를 성당에 데려가신 엄마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안상우 마르코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졸업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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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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