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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세계 평화의 바람] <2> 평화로 떠나는 기나긴 순례 여정

민족 십자가 분단 여정 걸으며 주님과 일치... 한반도 허리 DMZ 걷는 평화 순례는 기도행위... 분단의 비극 성찰하고 말씀과 성찬전례 통해 화해... 구원의 증인, 평화의 건설자로 부름받은 사명 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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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정주` 영성을 간직했다면, 아일랜드와 영국계 수도자들은 `떠남`을 수도전통으로 지녀왔다.

 베네딕도 수도회 설립자 베네딕토(480?~547) 성인은 정주하며 자신과의 부단한 내적 투쟁을 통해 하느님을 찾는 삶에 치중했고, 영국 웨식스 출신 수도자인 보니파시오(675?~754) 성인은 고향 혈연공동체를 떠나 낮선 곳으로 가서 복음을 선포하는 수도전통을 실천해 훗날 `독일의 사도`가 된다.

 `지상의 나그네`(에페 2,19 참조)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평화의 순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화의 바람` 프로젝트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시며 하느님과 완전한 친교를 이루는` 예수를 따르는 여정이다. 주님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순례는 화해의 성사인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길이다.

 
 #평화를 꿈꾸며 DMZ로

 김규희(가타리나, 28, 양구군청 경제관광과)씨는 요즘도 지뢰 관련 통제선을 볼 때마다 섬뜩해진다. 2009년 개방된 민통선 내 두타연 생태탐방로를 안내하며 걸을 때마다 평화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문둥리 옛 마을 하야교를 출발해 두타연 계곡에 이르는 4㎞ 여정은 생태탐방로이기에 앞서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적지다.

 "두타연은 지금도 지뢰가 묻혀 있어 갈 수 있는 길이 한정돼 있는 생생한 비극의 전적지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관광지나 유원지에 온 것처럼 여길 때가 있어 속상해요. 숙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겨레의 비극을 체험해야 할 현장이기에 즐기기보다는 남북관계를 생각하며 화해를 위해 기도를 먼저 바쳐야 하는 곳입니다. 간혹 양구전투에 참전했던 노병들을 만나게 되는데, 전투와 관련해 그분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다보면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요."

 DMZ를 걷는 여정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지 그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인간은 날 때부터 하느님과 더불어 대화하도록 초대받았다"(「사목헌장」 19항 참조)고 하듯이 모든 평화의 순례자는 자연을 통해, 철조망과 지뢰 같은 비극의 유산을 통해 들려주시는 하느님 말씀에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평화의 순례는 `신앙과 영성의 마르지 않는 맑은 샘`이라 할 하느님 말씀에 비춰 화해와 만나는 길이어야 한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화해의 성사를 통해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하느님 자비와 은총을 체험해야 하는 여정이어야 한다.

 평화의 순례는 순례자들이 거치는 단계를 통해 그 역동성을 드러낸다. `출발`은 목적지 DMZ를 향해 나아가는 결단을 드러내며, `걸어감`은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는 연대를 통해 평화의 주님과 만날 준비를 하도록 이끈다. 여러 DMZ `현장 방문`은 자연과 전적지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도록 초대하는 자리이며, `되돌아옴`은 세상에서 구원의 증인이며 평화의 건설자로 부름 받은 사명을 상기시켜 준다.


 
▲ 지난해 6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최로 봉헌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중 `평화의 모후` 성모상을 제대 앞으로 모시고 있다.
 

 
▲ 지난해 6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중 2만여 명의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직자 3명과 평신도 3명이 `한반도 평화기`를 봉헌하고자 제대로 향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기는 남북 형제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가운데 월계수 잎을 입에 문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양으로 제작됐다.
 
 
 평화의 순례란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기도행위이고 △세상일을 끊어버리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수행의 길이며 △죄를 끊고 새 삶을 다짐하는 참회행위이고 △아브라함처럼 "네 고향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창세 12,1)라는 주님 명령에 순종하는 길이며 △주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 걷는 믿음의 길이고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이다. 또 △주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이고 △형제들과 함께 걷는 사랑의 잔칫길이며 △신앙 선조들을 따르는 순교자적 결단 행위이고 △하느님 나라를 찾아나서는 종말론적 실천행위이다.(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지상의 나그네」 참조)

 
 #한반도 화해를 향한 순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1181/1182?~1226) 성인은 형제(순례자)들이 순례할 때 아프거나 필요할 때가 아니면 `말을 타지 말고 걸어갈` 것을 명했다지만(작은 형제회 제1회칙 15장, 인준 받지 않은 수도규칙), 6박 7일간 짧은 일정으로 250㎞ 여정을 걸을 수 없기에 `평화의 바람` 프로젝트는 DMZ을 따라 걷고 말과 자전거, 차량을 타는 일정으로 진행한다.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에 하느님 말씀과 성찬 전례가 함께하듯, 평화의 순례도 하느님 말씀에 비춰 끊임없이 분단의 아픈 현실을 성찰하고 말씀과 성찬 전례를 통해 화해로 나아가는 성사가 함께한다.

 또 순례지가 천상 예루살렘의 살아있는 표징이듯, DMZ 또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표징이 돼야 하고, 내면에 평화와 생명의 복음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도행전은 태어나자마자 존재의 여행을 시작하는 나그네(Homo Viator), 곧 순례자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생명의 길이자 구원의 길`(사도 2,28;16,17)이라고 언급한다. 평화의 순례자들은 세상의 길을 따라 DMZ를 걷지만, 평화 순례의 최종 목적지는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 목적지는 우리의 시야 너머 피안에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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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21장 7절
주님께서 모든 악에서 너를 지키시고, 네 생명을 지키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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