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랑나눔캠페인 '천사운동'] "가진 건 없지만 열심히 살았는데…"

[날개달기] 김문영씨 가족 사연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악조건 속에서도 부모님 간병에 최선을 다하는 김문영씨.
그는 자녀들 때문이라도 더욱 힘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 윤경희씨
 
아버지는 폐혈증, 어머니는 중풍으로 사투(死鬪)
병원비 없어 집에서 간병…빚 늘어 생계마저 위협
자녀들은 정서불안…본당·구청 나서지만 역부족

전국적인 봄비가 예보됐던 지난 4일. 가는 빗방울을 피하며 한걸음에 내달렸다. 상계동에 위치한 주공아파트. ‘딩동’ 벨을 누르자 “들어 오세요”란 대답이 들렸다.

겨우 사람 하나 통과할 정도의 현관.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김문영(마리아.서울 노원본당)씨가 “이리 오세요”라며 안내했다. 3평 남짓한 좁은 방. 한켠에는 초췌한 몰골로 산소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노인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저희 아버님이세요.” 김중근(요아킴.74)씨. 폐혈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폐혈증은 세균과 미생물이 핏속에 침입하여 증식, 나중엔 전신에 퍼져 각 장기에 장애를 일으킴으로써 발병하는 병이다. “4년 정도 됐어요. 8년 전부터는 치매를 앓으셨고요.”

8년. 그 기간이 딸 김씨에게는 사투(死鬪) 그 자체였다. “상계동으로 이사왔을 때부터 아버님이 치매를 앓고 있으셨어요. 가진 건 없었지만 부모님 모시면서 열심히 살려고 했었습니다.”

그 때 어머니 최지순(안나.71)씨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최씨는 보조기구에 의지해 힘겹게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한쪽에 풍이 와서요. 고등학교 2학년때 뇌진탕 당하시고 뇌수술을 4번 하셨어요. 그 후유증으로 풍이 왔다고 하네요.”

최씨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2년 전 어쩔 수 없이 퇴원, 집에서 요양하고 있는 상태였다.

“말이 요양이죠. 원래 물리치료를 받으셔야 하는데…돈이 없어 물리치료를 못받으시니까 저렇게 걷는 것으로 치료 중이에요.”

한걸음 내딛기에도 힘들어보이는 최씨가 겨우 자리를 잡고 앉자 김씨가 말을 이었다. “두 분 다 이렇게 되셔서 치료가 절실한데. 돈이 없으니까 방법이 없네요.”

“생계는 어떻게 꾸리세요?”란 질문에 김씨가 답했다. “돈 벌 사람이 집안에 없어요.” 전기설비일을 하던 남편은 집을 나간지 오래. 일주일에 많게는 2번 정도 들린다고 했다.

“남편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데 상황이 자꾸 안 좋게 변하니까 힘들었나봐요. 그 후에 개인적으로 빚도 많이 지었고요.”

남편이 진 빚만 5000만원. 빚을 해결해보려고 놀이방 보조교사 등을 했지만 빚은 늘어만 갔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아이들 양육비와 교육비도 한 두 푼이 아니고요”

이용준(루치오.12)-다연(미카엘라.8) 남매가 옆방에서 놀고 있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상황이 힘들어지니까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냈어요.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하는 표현이 적당할 거에요.”

김씨는 남매에게 약간의 정서불안 증세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탓도 있지만 어린 나이때부터 접해온 가정 환경이 그리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들 용준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무척 잘 돌봐서 그런지 배려심이 깊어요. 한 없이 착하죠.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친구들이 못살게 구나봐요. 요즘은 착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 같아요.”

남매가 다른 친구들은 가족이랑 여행도 가고 그러는데 우리는 왜 못가냐고 물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는 김씨. 가까운 공원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어머니 퇴원을 시키면서 제 이름으로 보호인 등록을 했습니다. 보호인이라 한시라도 떨어지면 안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도 주일 미사는 꼭 봉헌한다는 김씨. 남매도 주일학교는 학교보다 더 열심히 다닌다고 했다.

“그저 애들한테 고마워요. 힘들지만 구김없이 사는 아이들 보면 가슴 한 켠에서 ‘더욱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김씨 가족의 사연을 접한 본당과 구청에서 십시일반 돕고 있지만 그들의 아픔을 걷어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남한테 힘든 상황을 얘기하면 그저 듣고 이해만 해요. 부탁하기도 지쳤고…”

김씨와 남매의 인사를 받고 문을 나섰다. 굵게 변한 빗줄기 속에서 지나치던 누군가 말했다. “정월대보름날 비가 오네. 달 보고 소원 빌기는 힘들겠다.”

※후원계좌 1005-194-001004 우리은행, 386-01-019602 농협, 예금주 (재) 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당신도 천사-7년째 봉사·나눔 실천 윤경희씨

“나누면 행복해요”

독거노인 등에 김치배달
노숙자 무료급식 봉사도
가족들 격려 가장 ‘큰 힘’

말을 듣고 있자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그 때 기자의 심정과 똑같은 말이 들려왔다.

“‘왜 그렇게 사냐’는 소리도 들어봤어요.” 정말 묻고 싶은 말이었다.

윤경희(안젤라.서울 수락산본당)씨. 세례 받은 지 7년. 그간 그녀가 해왔던 봉사와 나눔은 7년, 아니 평생해도 못할 것 같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시작은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 성당에 발을 들이고 자연스레 활동하다 보니 구역반장을 하게 된 윤씨. 그 후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며 한 가지를 깨닫게 됐다고. ‘아, 성당의 활동은 모두 봉사로 이루어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깨달음을 적극적인 실천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5년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서울대교구 카리타스봉사단 총무를 하던 조창규(이레네오)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정말 몰랐어요.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부지기수라는 걸. 조형제님을 통해 그들의 실상을 듣고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윤씨는 그 후 수십 번 날을 샜다. 우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위한 단체에 가입했다. 지방교구에 거주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수세미도 만들어 보내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신발도 제공했다. 겨울철에는 김장을 직접 해 주변의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김치를 배달하기도 했다.

서울역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에 쓰일 달걀 프라이도 만든다는 윤씨. 자신의 집에서 하도 하다 보니 이제 같은 동, 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냄새를 맡고(?) 들렀다 자연스레 그의 봉사에 동참하고 있단다.

그의 이런 활동에 가족의 불만은 없을까. “전혀요. 남편이 오히려 하려면 크게 하라고 하는데요.” 남편 김성태(에버리스토)씨는 본당에서 남성구역장과 꾸리아 회계, 레지오 서기 등으로 맹활약 중이다.

가족들의 힘을 등에 업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봉사가 있다고 했다



가톨릭신문  2007-03-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0

잠언 15장 4절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혀는 생명의 나무지만 사악한 혀는 정신을 파탄시킨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