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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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10. 다섯번째 가정-경기 양평 최남연 할머니(중)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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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관계자들이 본격적인 집수리에 앞서 집안 가재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다.
 
▶ 수원교구 신학생 봉사자들이 최남연 할머니 집 수리에 동참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안방 천정을 뜯어내자 쥐 10여 마리가 나왔다.
오랜기간 수리를 하지 않아 최할머니가 얼마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쥐 들끓고 합판 벽은 무너질듯 위태
겨울철 난방 안돼 추위에 죽을 고생

[전문]“이 집은 어디를 어떻게 손보아야 할까.”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종익(아브라함) 사장과 집 고쳐주기 사업 관계자들이 줄자와 연장을 들고 최남연(80) 할머니 집 안팎을 분주히 오간다. 부엌과 거실, 안방, 안마당과 뒤뜰을 한 바퀴 돌며 꼼꼼히 집 상태를 점검한 관계자들.

“말이 나오지 않네요….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천정 군데군데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최할머니는 “비가 오면 안방까지 물이 들어 찬다”고 말했다. 장마철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천정만 문제가 아니었다. 합판으로 대충 바람만 막은 벽은 건들기만 해도 당장 무너져 내릴 듯이 뒤틀려있었다. 태풍 등에 의한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벽 전체를 모두 허물고 드라이비트로 벽을 세우기로 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도 걱정거리. 쾌적한 환경이 급선무였다. 불필요한 물건과 오랜 기간 쌓아두어 방치된 쓰레기들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 했다.

낮은 출입구도 수리가 필요했다. 부엌 방향으로 나 있는 지붕 처마의 높이가 145cm밖에 되지 않았다. 키가 작은 할머니도 허리를 굽혀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높이였다. 부엌 조리대도 낡아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황. 당장 조리대를 교체키로 했다. 부엌 바닥도 문제였다.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움직이기에는 바닥이 너무 미끄러웠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용 타일을 깔고 이동 공간을 최대한 확보, 할머니가 편안하게 부엌일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이 정도면 아마 뜯어내면 상황은 더 열악할 것입니다.” 이종익 사장이 “자~ 보수할 곳에 대한 철거를 시작합시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사실이었다. 공사 관계자들이 벽과 바닥, 천정을 뜯어내자 쥐 10여 마리가 깜짝 놀라 흩어졌다. 오랜 기간 수리를 하지 않고, 비위생적 환경에 놓여 있다 보니 쥐가 들끓고 있었다.

“방안에까지 쥐가 들어온 일도 있어.” 할머니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할머니, 앞으로는 절대로 쥐가 방으로 들어오지 않게 해 드릴께요.” 공사 관계자의 말에 할머니 얼굴이 환하게 피어났다.

난방시설도 손보기로 했다. 할머니는 “매년 겨울이 되면,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방에서 떨며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기름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바닥 한 구석에만 작은 온기가 전해질 뿐 집은 냉방이나 다름 없었다. 벽 틈이 갈라지고 방문이 틀어져 방안으로 강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 전기 난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방과 거실의 바닥을 모두 뜯어낸 뒤, 새로 보일러 설비를 하고 마감 미장을 하기로 했다. 수 십년된 낡은 벽지를 떼어내 도배를 새로 하고, 새 장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차양을 효율적으로 설치해 햇볕이 방안까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래식 화장실도 고쳐야 한다. 나무로 대충 모양새만 낸 화장실의 내부 발판과 외벽이 썩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단열문제와 배관, 전기 부분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전등과 수도꼭지 등도 모두 최신형으로 교체키로 했다.

“15일 이상 시간이 걸리겠는데….” 이종익 사장이 난감한 표정이다.

“일반적으로 집 수리에는 7일정도 소요되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두 배 이상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 공사예산은 1300~1500여 만원으로 책정됐다. 앞선 다른 집 수리에 들어간 비용보다 20~30 늘어난 액수다. 그만큼 이 집 수리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공사 관계자들이 집을 수리하기 위해 점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최 할머니가 운다. 소리도 내지 않고, 가슴으로 그렇게 한참동안 운다. 20년 넘게 폐결핵을 앓아,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함께 살고 있는 아들 조남휘(요한.50)씨가 “왜 울어 울기는….”한다.

“딸이 보고 싶으시죠?”라고 물은 것이 화근이었다. 외국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간 뒤, 남편의 권총자살 후 6년째 소식이 끊긴 둘째 딸. 한 번의 사별과 이어진 재혼 그리고 이혼을 겪은 후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셋째 딸. 모두 어머니가 가슴에 한(恨)으로 품은 자식들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이제 집이 좋아지면, 모두 함께 모여 살았으면….” 할머니는 예쁘게 새로 태어날 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집수리 내용

▲ 외벽 전면 교체
▲ 천정 높이 개선
▲ 천정 보수
▲ 낡은 출입문 교체
▲ 난방 설비 공사
▲ 단열 공사
▲ 부엌 공사.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싱크대 및
가스레인지 설치
▲ 전기 공사 및 낡은 전선, 전등 교체
▲ 수도 시설 공사
▲ 재래식 화장실 보수 공사
▲ 도배, 장판 교체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 참여 안내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 기념 집 고쳐주기 운동의 정신이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원교구 안산 본오동본당이 관내 소외된 청소년 가정의 집을 수리해 준데 이어, 용문본당도 본당 설립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집 고쳐주기 운동을 전개키로 했습니다.

몇몇 수원가톨릭대 신학생들도 앞으로 각종 노력봉사를 통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또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이번 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 방법을 문의해 오고 계십니다. 지면을 통해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이와 관련해 집고쳐 주기 사업 축복식에 함께해 주신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와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등은 “신자 중에는 많은 건설 및 건축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묵상케하는 이번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한 바 있습니다.

▲ 어려운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제보
▲ 공사 현장에서의 노력 봉사
▲ 가톨릭신문 집 고쳐주기 운동이 확산될 수 있기를 염원하는 기도
▲ 도배 봉사
▲ 장판, 도배지를 비롯한 건축자재 기증
▲ 싱크대 기증
▲ 냉장고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 기증
▲ 공사 기간 중 식사 제공 봉사

※문의 02-778-767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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