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 관계자가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웠던 외벽을 전면 교체하고 시멘트를 바르고 있다.   ▶ 조금씩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최남연 할머니의 집 전경.   ▶ 겨울철에 난방이 되지 않았던 안방에 배관 공사를 하고 보일러를 놓았다.

손댈 곳 많아 공사 예정일보다 4일 더 소요
벽·천정 등 전면 교체…집을 거의 새로 지어

나무판자로 대충 엮어 만든 벽은 단열도 되어 있지 않았다. 10년 넘게 손을 보지 않은 탓에 상당부분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태풍 등에 의한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이번 공사를 통해 벽 전체를 모두 허물고 드라이비트로 전면 교체했다.

당장이라도 쥐가 떨어질 것 같이 허술했던 천정도 모두 뜯어내 새로 만들었다. 할머니가 편안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바닥 전체를 들어내 보일러 배관 공사를 하고, 보일러를 놔 드렸다. 내부 외부 단열 공사도 빠트리지 않았다.

“집을 거의 새로 지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공사 현장에 기거하며 직접 작업을 지휘한 엠에이디 종합건설 김충언 현장소장은 “할머니를 최대한 빨리 새 집으로 모시고 싶었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 보니, 손볼 곳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 십년된 낡은 벽지를 떼어내 도배를 새로 하고, 새 장판을 깔았다. 재래식 화장실도 아예 뜯어내고 새로 만들었다. 나무로 대충 모양새만 낸 화장실의 내부 발판과 외벽이 썩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단열문제와 배관, 전기 부분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전등과 수도꼭지 등도 모두 최신형으로 교체했다.

낡아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던 부엌 조리대도 손봤다. 싱크대도 새로 놔 드렸다.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움직이기에 너무 미끄러웠던 부엌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용 타일을 깔았다. 또 이동 공간을 최대한 확보, 할머니가 편안하게 부엌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집을 고치다 보면, 당초 계획에 없던 새로운 일들이 나타나기 마련. 집을 고치고 나니 집 출입문과 마당의 높이가 맞지 않았다.

고심 끝에 마당 축대 공사도 병행키로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공사였지만, 엠에이디 종합건설 측은 “회사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 만큼, 대충할 수 없다”며 공사기간을 하루 더 늘리면서 일을 해냈다.

이번 공사에는 봉사자들의 힘이 큰 도움이 됐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신부를 비롯해 윤범진(도미니코.2년.용문본당) 윤영민(요셉.2년, 의왕본당) 이용성(야고보, 1년.의왕) 신학생이 공사기간 동안 땀을 함께 흘렸다. 수원교구 칠보본당 양은준씨가 장판 자재를, 용문본당 진인화(빈첸시오)씨가 도배지를 기증, 공사 관계자들의 짐을 덜어 주었다.

봉사에 나선 한 성직자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데도 우리는 편안하고 안락한 집에서 아무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고 살고 있다”며 “가톨릭신문사와 엠에이디 종합 건설이 주관하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많은 이들이 나눔의 풍요로움을 체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7월 23일. 공사를 마무리하고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오는 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할머니가 지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공사 관계자들이 한 걱정이다.

“그동안 어렵게 살아오셨는데…. 이제 두 다리 편안하게 뻗고 쉬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겼는데…. 오래오래 사셔야 할 텐데…”

▨ 이번 최남연 할머니 집 고쳐주기 사업에는 수원교구 칠보본당 양은준씨가 장판 자재를, 용문본당 진인화(빈첸시오)씨가 도배지를 기증해 주셨습니다. 또 노력 봉사는 수원가톨릭대학 교수 신부님과 신학생들이 함께했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집수리 내용

▲ 무너져 내릴 듯한 나무로 만든 외벽 → 단열 시공 및 드라이비트 마감

▲ 낡아서 쥐가 드나들었던 천정 → 모두 뜯어낸 후 재공사

▲ 낡은 출입문 → 새 출입문으로 교체

▲ 차가웠던 방 → 보일러 배관 공사, 단열 등 난방 공사, 보일러 설치

▲ 미끄러웠던 부엌 →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 낡았던 부엌 용품들 → 싱크대 및 가스레인지 설치

▲ 화재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던 전기 시설 → 낡은 전선, 전등 교체, 배선 공사

▲ 나무로 만든 재래식 화장실 → 위생적인 조립식 화장실로 교체

▲ 낡은 장판과 때로 절었던 벽지 → 전면 교체

▨ 사랑의 집 고쳐주기 운동 문의 : 가톨릭신문사 02-778-7673, 엠에이디 종합건설 02-3462-7811

#“봉사하며 주님 사랑 체험”

■ 엠에이디 종합건실 김충언 현장소장

“할머니께서 남은 여생동안 집 걱정 없이 살게 해 드린다는 생각을 하며 기쁘게 일했습니다.”

이번 집 고쳐주기 사업을 현장에서 지휘한 엠에이디 종합건설 김충언 현장소장은 “무료로 집을 고쳐드려서, 허술하게 공사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공사기간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현장인근 여관에 기거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그런데도 “좋은 일을 하는 만큼 가족들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소장에게는 요즘 큰 변화가 생겼다. 현재 ‘공부 중’. 집 고쳐 주기 사업이 인연이 돼 공사현장 인근에 있는 용문본당에서 단기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다. 용문본당 배경석 주임신부의 권유도 큰 힘이 됐다. 세례 예정일은 8월 15일. 그래서 공사 틈틈이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하고 교리 교육도 열심히 받았다.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신앙이라는 것이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그동안 종교생활을 미뤄왔는데, 가톨릭신문과 함께 집고쳐 주기 사업을 하면서 교리를 받게 됐습니다.”

세례명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어떤 세례명이 있는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김 소장은 “하나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앙을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일을 하니까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