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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동갑내기들 여기 모여요!

20살 장애인 청년 허용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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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신문 동갑내기 허용현씨.
 

    7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 학생들 웃음소리가 넘실대는 교정, 시각장애인 허용현(야고보, 20, 서울 세종로본당)씨가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따그닥 따그닥 짚으며 약속 장소로 나왔다.
 "제가 보는 세상은 짙은 안개가 자욱해요."
 눈을 살짝 찡그리면서도 웃음 가득한 허씨는 문헌정보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틈틈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컴퓨터 화면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봉사를 한다. 교내 가톨릭학생회에서도 활동하며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에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허씨는 1988년 평화신문이 창간한 해에 선천성 각막혼탁과 백내장을 갖고 태어났다. 빛의 움직임을 조금 감지할 뿐 거의 아무 것도 못보는 상태다.
 그가 세례를 받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동네 친구들에게 놀림감이었던 그는 성당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밖에서 느끼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느끼면서 세례를 받았다. 그는 학교가 끝나면 본당 신부가 `집에 좀 가라`고 농담할 정도로 온종일 성당에서 놀았다. 동네 친구들의 따돌림에서 배제되는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성당이 한적해지면 그는 하느님과 단 둘이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러면서 사제의 꿈이 조금씩 싹텄고, 복사를 서고 싶어 4개월 동안 연습(?)삼아 새벽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어린 꼬마가 매일 어두운 새벽 길을 어두운 눈으로 성당을 한걸음에 오갔다.
 그는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도 이렇게 기도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비록 사제의 꿈은 접어야 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전하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갖게 됐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막연한, 희망으로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낀다.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은 점자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운영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게 도와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활자로 된 책을 더듬으며 공부하기란 어두운 밤 경적소리가 요란한 도로를 홀로 걷는 것만큼 힘들다. 모든 책을 일일이 점역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더 그렇다.
 해맑은 웃음을 머금으며 교정을 걷는 그에게는 많은 이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믿는 그의 사랑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다.
 평화신문도 하느님 말씀에 희망을 두고 사는 이런 이들을 담을 때마다 빛을 발한다. 기쁜소식이 종이에 인쇄돼 배달되는 순간, 밝은 세상은 이미 와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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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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