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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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18.아홉번째 가정-대구 임옥강 할머니(상)

"스티로폼 바람막이로 겨울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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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4일 열린 대구 경북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가운데),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상임이사 장효원 신부, 1대리구 주교대리 곽길우 신부,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반석종합건설 구자윤 대표이사, 노원본당 박홍도 주임신부가 시삽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 최영수 대주교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임옥강 할머니를 격려하고 있다.
 
평생 행상하며 생활… 최근 시각장애 1급 판정
“안전성 편안함 두루 갖춘 아파트형 실내로 보수”

서울 경기, 부산 경남에 이어 대구 경북지역에도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시작됐다.

가톨릭신문(사장 이창영 신부)과 반석종합건설(대표이사 구자윤)은 5월 14일 대구광역시 북구 노원2가 179-21번지 현지에서 ‘사랑의 집 고쳐주기’ 대구 경북지역 출범식 및 축복식을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 주례로 가졌다. 이날 축복식에는 대구대교구장 최영수 대주교, 대구대교구 1대리구 주교대리 곽길우 신부,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상임이사 장효원 신부, 가톨릭신문 사장 이창영 신부, 노원본당 박홍도 주임신부, 반석종합건설 구자윤 대표이사와 임직원을 비롯해 노원본당 신자들이 참석했다.

최영수 대주교는 축복식에서 “그동안 힘든 삶을 사신 할머니가 깨끗하고 따뜻해진 보금자리에서 기쁘게 살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통해 자기가 가진 것을 어렵고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모범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는 인사말에서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 기념 사업으로 시작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는 사랑을 나누는 자리며, 이것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라며 “남은 충청, 전라도 지역에도 이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대구 경북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맡은 반석종합건설 구자윤 사장은 “어릴 적 어려운 살림 속에 자라며 늘 ‘커서 힘든 사람을 돕겠다’ 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처럼 이웃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면서 “늘 제 마음의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주님께 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단했던 임옥강 할머니의 인생

“남편이 저 세상으로 간 이후 김밥이며, 떡을 머리에 이고 안 가본 곳이 없어요. 그렇게 평생 행상을 하며 모은 돈으로 지금 이 집을 마련했어요.”

대구 경북지역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의 첫 주인공이 된 임옥강(엘리사벳, 66, 대구 노원본당) 할머니. 결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두 아들만 남겨 놓고 신장병으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임할머니는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김밥을 말아 다니며 팔았다.

‘그래, 이 정도만 하면 우리 세 식구는 먹고 살겠다’라고 생각이 들때 쯤 큰 아들이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육이 늦었지만 하루 벌어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곧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친구들과 확연히 달랐다. 병원 진단 결과 아들은 선천적 정신지체 장애였다.

“지금도 큰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수원에 사는 작은 아들이 같이 살자고 하지만…. 그래도 여기 있어야 무료 정신요양원에 있는 큰 아들에게 가끔 우유라도 사다주죠.”

그런데 임할머니도 2년 전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오랫동안 고도근시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것. 이후에는 행상 일을 그만 두고 폐지줍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5년 폐지를 팔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는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도 단 돈 만원을 벌기 위해 오늘도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덜거덕 덜거덕’ 끌며 대문을 나선다.

임할머니의 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 수리에 돈 쓸 여유는 당연히 없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누전 문제. 최근 부엌 벽에 손이 닿았다가 전기가 통해 큰 화를 입을 뻔 했다. 노후된 바닥은 곳곳에 금이 가 있는가 하면 쥐 몇 마리가 드나들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겨울에는 우풍이 강해 실내에서도 옷을 몇 겹으로 겹쳐 입어야 했고, 고장난 보일러에서 온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벽과 천장에는 할머니가 직접 바른 조각 조각 벽지가 두서 없이 붙여져 있고 뜯어진 벽지 밖으로 얇은 스티로폼이 삐져나와 있다. 지난 겨울, 벽에서 들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할머니가 임시방편으로 붙인 스티로폼은 임할머니의 고마운 바람막이가 되어 줬다.

해가 저물자 붉은 백열등이 켜진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임할머니는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혼자 먹을 저녁상을 손 대중으로 차려낸다.

“나도 남은 인생을 깨끗한 집에서 사는 호강을 할 수 있으까?…”

크고 화려한 집이 아닌 그냥 깨끗하고 안전해진 집에 사는 것을 ‘호강’이라고 말하는 임옥강 할머니. 그 호강이 할머니의 삶에 찾아 올까.

공사는 어떻게

“집 전체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선입니다. 시각장애를 안고 계신 할머니가 생활하시기에는 안전에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우선 집 전체를 아파트화, 즉 평면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반석종합건설 현장소장 김면호(바오로)씨는 임할머니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실내 공간을 평면화 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푹 꺼져 있는 부엌을 메우고, 먼지와 쥐들로 들끊는 다락방을 없애야 한다. 또 곳곳에 늘어져 있는 전선들을 전기공사를 통해 안전하게 정리하고, 백열등도 형광등으로 바꿀 계획. 허리와 다리가 아픈 할머니가 다니기에 불편했던 마당과 마루를 잇는 높은 턱은 낮게 만들고, 재래식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로, 낡은 씽크대도 새 것으로, 고장난 보일러도 새 보일러로 교체한다.

김소장은 “오래된 집이라 공사 중간 중간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 공사를 진행해 가며 차후 필요한 공사를 동반할 계획”이라며 “공사 완공까지는 약 20~30일 정도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사내역

▲씽크대 교체
▲단열재 이용한 천장, 벽 수리
▲창호, 문 교체
▲다락 철거
▲수세식 화장실 설치
▲샤워실 설치
▲세탁실 설치
▲창고 설치



박기옥 기자 tina@catholictimes.org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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