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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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0주년 특별기획 - 사랑의 집 고쳐주기] 19.아홉번째 가정-대구 임옥강 할머니(하)

“은총과 도움으로 안락한 노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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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수리 내용
 
▲ 부엌과 방의 높이 차이 → 평면화 시킴
▲ 외풍이 들어오던 벽 → 단열재 석고보드로 교체
▲ 외부에 있던 화장실 → 실내로 이동
▲ 낡은 장판과 스티로폼·신문지 등으로 이어붙여 놓았던 벽지 → 전면 교체
▲ 벽까지 전기가 흐르던 누전 위험 → 낡은 전선·전등 교체, 배선 공사
▲ 햇볕이 들지 않던 창문 → 위치 이동, 이중창·방충망으로 교체
▲ 기타 : 싱크대 교체, 고장난 보일러 교체, 정화조 시설·배수시설 정비
 
노후된 벽 건드리면 무너져… 기둥만 빼고 새로
공사기간만 한달… 싱크대 화장실 난방 등 교체

“나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이렇게 도와주다니…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도움과 은총으로 새 집에서 살게 됐으니 이제 나도 누군가를 좀 돕고 싶어요. 이 고마움 갚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

새 집을 본 임옥강(엘리사벳·66·대구 노원본당)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말하며, 손으로는 눈물을 훔쳐냈다.

6월 14일 오전,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의 대구경북지역 첫 번째 공사가 마무리 됐다. 착공식을 가진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시점. 집의 노후 상태를 감안해 기간을 20일로 잡았지만, 예상보다 열흘이 더 걸린 힘든 공사였다. 집이 워낙 낡은 데다 벽이 흙으로 되어 있어 손을 보려고 건드리면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결국 기둥만 남기고 집을 새로 짓는 것으로 공사는 확대됐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집의 평면화. 방보다 부엌이 낮아 부엌에 갈 때면 30cm쯤 되는 턱을 넘나들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부엌 바닥을 메워 방과 높이를 맞췄다. 또한 마당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을 집안으로 옮기고 좌변기로 바꿨다.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이젠 부엌이나 화장실에 가면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된다.

벽에 스티로폼을 붙여 외풍을 막는 것으로 겨울을 났던 할머니를 위해 단열 및 난방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무너져 내리던 흙벽 대신 사방 벽을 단열재인 석고보드로 막고, 모든 창을 이중창으로 교체했다. 고장난 보일러도 새 것으로 바꾸어 언제라도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벽에까지 전기가 흐르던 누전 문제도 전선을 새로 깔고 최신형 전등을 다는 것으로 말끔히 해결됐다.

공사 시작 전 이삿짐을 들어내고, 완공 후 짐을 정리하는 것은 노원본당 신자들이 힘을 합쳐 도왔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앞을 거의 못 보는 장애 속에서도 주일 미사에 꼭 참례하는 임할머니를 보며 신자들은 스스로의 신앙생활에 대해 반성했다고 한다. 신자들은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할머니의 생활에 관심을 가졌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활동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사보다 더 신경이 쓰여 거의 매일 임할머니집에 들렀다는 반석종합건설 구자윤(이시돌) 사장도 완공을 함께 지켜봤다. 마지막 작업이었던 싱크대 교체 공사를 직접 살펴보고, 할머니에게 집안 곳곳을 소개해 주던 구사장은 “할머니가 기뻐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그의 손을 꼬옥 잡았다.

공사를 감독한 반석종합건설 현장소장 김면호(바오로)씨는 “시각장애 1급인 할머니가 넘어질 염려 없이 생활하실 수 있는 안전한 집을 짓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따뜻하고 안전한 집에서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사기간동안 이웃에 혼자 사는 할머니집에서 지냈다는 임할머니는 그간 걱정이 하나 늘었다. 몸이 불편한 이웃집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곁에서 생활을 도왔는데 막상 집으로 돌아오려니 혼자 외롭게 지낼 할머니가 걱정된다는 것. 그런 따뜻한 마음 때문에 이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손사래를 친다.

“나같은 사람 도와주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복을 받아야죠. 나 같은 게 무슨…. 내가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마음이 안 좋아요.”

혼자 지낼 할머니를 염려하여 집안 곳곳을 다시 한 번 살펴본 김소장이 임할머니의 두 손에 열쇠를 쥐어줬다. 관계자들이 건강하게 지내라는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서자 양손에 피로회복제를 챙겨든 할머니가 따라 나와 가는 길에 마시라며 권했다. 괜찮다며 사양하자 병을 쥐어주며 손을 잡는 할머니가 말끝을 흐렸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마주잡은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이나영 기자 lal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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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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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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