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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36. 열 여덟 번째 가정 - 경북 상주 김화덕씨 (상)

30여 년 보금자리 한순간에 잿더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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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여덟 번째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 시삽 모습.
왼쪽부터 모서면 손석정 면장, 열 여덟 번째 대상자 김화덕씨,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가톨릭신문사 전 사장 이창영 신부, 화령본당 주임 김종길 신부, 명진종합건설 박철수 사장.
 

안동교구 화령본당(주임 김종길 신부) 모소공소 김화덕(41·헤레나)씨 가족이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의 열 여덟 번째 대상자로 선정됐다.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기념해 시작,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에 안동교구 신자가 선정된 것은 처음으로 공사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대구·경북권 협력사인 (주)명진종합건설(사장 박철수)이 맡았다.

9월 23일 오전 11시 경북 상주시 모서면 덕수2리 428번지 현장에서 진행된 기공 축복식은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로 진행됐으며, 가톨릭신문사 전 사장 이창영 신부와 안동교구 사무처장 남정홍 신부, 사목국장 안상기 신부, 화령본당 주임 김종길 신부를 비롯해 화령본당 및 모소공소 신자, 시공사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권 주교는 축복식 강론에서 “사랑의 불씨가 안동교구 이 외진 곳까지 전해진 것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하고 “하느님이 지어주시는 새집에서 지금까지 고생한 가족들이 눈물을 닦고 사랑을 베풀며 생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사 전 사장 이창영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집을 고치고 행복을 느끼는 이들을 보면서 이 사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랑의 불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번져 나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진종합건설 박철수(보니파시오·61·두산본당) 사장은 “제가 해 나가는 일들 중 부족한 부분은 다른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 김화덕씨 가족의 삶

김화덕씨 가족은 시어머니·남편·딸·아들 5명. 사고로 머리를 다친 남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하다는 김씨의 설명과는 달리, 이웃들은 김씨 가족을 ‘지적 장애 가족’이라 부르고 있었다. 정확한 진단을 받아본 적도 없다지만 딸 김은정(고1·비비안나)양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족은 걸음걸이와 말투 등에서 한눈에도 지적 장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웃들의 설명이다. 시어머니 김덕미(67)씨와 남편 김강배(46)씨는 의사 소통이 어려웠고,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화덕씨 역시 어눌한 말투 등에서 지적 장애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을 이끌어야 할 남편 김강배씨가 의사소통도 어려운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은 20여 년 전. 공사장 막노동꾼으로 일을 하다 사고로 뇌를 다쳤다. 큰 병원을 전전하며 수술을 받았지만, 사고 직후에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다고. 호전되었다는 지금도 혼자 힘으로 느린 보행을 할 수 있을 뿐이고, 옆에서 누군가가 챙겨주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건망증이 심하다. 농기구 등을 둔 곳을 기억해 내지 못해 하루종일 헤매는 일이 다반사.

이런 상황에 가족의 생계는 오롯이 김화덕씨 몫으로 남겨졌다. 공공근로로 쓰레기 줍기 등을 해서 받는 40여만 원과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30여만 원이 5인 가족 생활비의 전부였다. 한 달 한 달을 겨우 넘기는 상황, 새 옷이나 저축 등은 꿈도 꿀 수 없었다.

■ 김화덕씨 가족의 집

현재 김씨 가족의 집은 말 그대로 ‘공터’가 되어 있다. 시어머니부터 30여 년을 살아온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8월 29일 밤, 누전으로 인한 화마가 집을 덮친 것이다.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딸 은정양이 내다봤을 때 불길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번져 있었다. 놀란 가족은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수저 하나 남기지 않고 살림살이는 다 타버렸다. 가족이 모두 무사한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

비가 새는 일이 다반사였던 오래된 흙집이었지만, 그마저도 사라지고 가족은 두달 여를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

모소공소 신자와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옷가지와 생필품 등은 급한대로 해결하고 있다지만, 은정양은 교복이 없어서 학교 운동복을 입고 등교를 하고 있으며 막내 종철(초4·프란치스코)군도 교과서 등을 새로 구입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새집’을 지어올려야 하는 상황, 평소 ‘집 고쳐주기’보다 기간이나 비용이 배 이상 소요될 공사에 안동교구 사회복지회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예상 완공 기간은 한 달. 화마의 흔적을 모두 치우고 66.116㎡(20평)의 부지를 새로 다지는 것으로 공사는 시작된다. 불에 타기 전 실외에 있었던 화장실을 집 안으로 옮기고 방 3개에 거실 겸 주방을 갖춘 새 보금자리를 지을 예정이다.

새집에 들일 가전제품 하나 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김씨 가족은 편안히 지낼 공간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새집을 얻게 된 김씨 가족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권 주교와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시어머니 김덕미씨. 그 왼쪽으로 김강배씨와 김화덕씨가 서 있다.
 
 
이나영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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