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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37. 열 여덟 번째 가정 - 경북 상주 김화덕씨 (하)

“주님이 주신 집, 이젠 보답하며 살게요”, 문턱 제거·연탄 보일러 병행 사용 등 세심한 배려 담겨, 이웃 주민들 소문 듣고 입교 희망…지역 복음화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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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로 김화덕씨의 집을 설계해 준 건축사 배태현씨와 시공을 맡은 명진종합건설 박철수 사장, 김화덕씨 부부, 안동교구 화령본당 주임 김종길 신부(왼쪽부터)가 완공된 김씨의 집 앞 현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네 잔치가 벌어졌다. 11월 12일 경북 상주시 모서면 득수2리 428번지 김화덕(안동교구 화령본당 모서공소·41·헬레나)씨 집 완공 축복식은 화령본당 주임 김종길 신부를 비롯한 신자들과 명진종합건설 박철수 사장 등 시공사 관계자 및 이웃 주민 등 100여 명이 모인 잔치였다.

20여 년 전 공사장 막노동꾼으로 일하다 사고로 뇌를 다친 남편과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돌보며 고등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것이 오로지 김씨 몫이었던 생활. 김씨는 공공근로로 쓰레기 줍기 등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돌봤다. 하지만 지난 8월 시어머니부터 30여 년을 살아온 가족의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면서 김씨 가족은 살아갈 힘마저 잃고 말았다. 거처와 모든 살림살이를 화재로 잃고 마을회관에서 지내기를 벌써 3개월. 김씨는 새집을 보고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했다. “불 타기 전 집은 흙으로 지은 집이었어요. 비만 오면 물이 새고…. 그저 몸 누일 공간만 있으면 좋겠다고 바랬는데…. 하느님이 주신 이 집은 너무 좋아서 우리집 같지가 않아요. 이렇게 따뜻한데, 우리가 여기서 지낼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공사기간 40여 일. 잿더미가 된 옛집의 흔적을 모두 치우고 땅을 정리했다. 그리고 66.116㎡(20평)의 땅을 다져 방 3개, 욕실, 거실 겸 주방을 지었다. 내열을 위해 창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모든 벽 및 바닥에도 단열재를 깔았다. 기름값을 댈 형편이 안 될 김씨 가족의 상황을 고려해 기름 보일러와 연탄 보일러를 함께 설치했다. 거동이 불편한 김씨 남편과 시어머니를 위해 집안의 모든 문턱을 없애는 섬세한 배려까지 담긴 집. 화장실에 가기 위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집 밖으로 나서야 했던 일도, 물이 차가워 씻지 못하던 일도 화재의 기억과 함께 지나간 일이 되었다. 비가 새는 지붕이나 조금씩 무너져 내리던 흙벽에 대한 걱정도 이제 사라졌다. 시공을 맡은 명진종합건설 박철수(보니파시오·61·대구 두산본당) 사장은 “공사 기간 동안 도움을 주신 신자분들, 그리고 신자가 아님에도 제 일처럼 도와주신 모든 마을 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십시일반’으로 모든 사람이 조금씩 힘을 모으면 못 이룰 것이 없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사에서는 무엇보다 이웃 주민과 신자들의 도움이 컸다. 새로 집을 짓는 공사였기에 집을 고치는 것보다 비용·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상황에 이웃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안동교구 사회복지회와 부산교구 사회복지회도 정성을 보탰다. 화령본당 주임 김종길 신부는 공사기간 동안 수차례 김씨 집을 방문해 직접 장판을 깔고 도배를 했으며, 화령본당 및 본당 소속의 모서?화동공소 등의 신자들도 김 신부를 따라 부족한 일손을 돕고 마을회관에서 생활하는 김씨 가족에게 옷가지나 생필품 등을 건네며 생활을 돌봤다. 축복식에 맞춰 음식을 장만하고 이웃들을 초대한 것도 신자들. ‘한마음’으로 김씨 가족을 도왔던 지난 3개월이었기에, 김씨 집의 완공은 모두에게 ‘경사’였다. 김씨의 시어머니 김덕미(67)씨는 “늘 어려운 살림에 기쁜 일이 있어도 그냥 넘어갔지 이런 잔치를 우리 집에서 한 건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만 받고 우리가 직접 음식을 장만하지도 못해 염치없지만…,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신자들의 ‘단합’은 또 다른 경사를 가져왔다. 한마음으로 김씨 가족을 돌보는 신자들의 모습을 본 이웃주민들 사이에 ‘성당 사람들은 진심으로 서로 도우며 생활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입교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증가한 것이다. 어려운 이웃과 작은 사랑을 나누려 시작한 ‘사랑의 집 고쳐주기’가 지역 복음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 세례를 권해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김씨의 남편 김강배(46)씨와 시어머니 김덕미씨가 하루라도 빨리 신자가 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모두가 김씨 가족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축복식 자리. 소감을 묻는 이웃들의 목소리에 결국 김씨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이런 큰 축복 주신 하느님께, 그리고 도움주신 수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저희지만…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우리 은정이랑 종철이, 도움주신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잘 키울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 11월 12일 축복식을 가진 김화덕씨의 집 전경. 신자 및 이웃주민들이 집의 완공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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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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