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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땅이 굳었어요

1988년에 결혼한 부부 송호인ㆍ김명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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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게 손으로 하트를 그려보는 송호인ㆍ김명원씨 부부.
결혼 22주년을 맞은 부부답게 깊은 애정과 신뢰가 느껴진다.
 

"요즘은 대화가 너무 많아 문제예요. 하하~"(아내)
"아직도 연애하는 기분이죠."(남편)

 대학 동기로 만나 22년째 부부의 연을 이어오고 있는 송호인(프란치스코, 49, 서울 목3동본당)ㆍ김명원(클라라, 50)씨 부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음을 터뜨린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세상에 태어난 1988년, 그해 1월 6일 결혼한 이들 부부에게 지난 22년은 어떤 세월이었을까.

 부부는 대학 방송반에서 함께 활동하며 친구처럼 지내다 7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말이었다. 남편 송씨가 아내 김씨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당시 아내는 이미 직장생활을 시작한 터였다.

 송씨는 "연애를 하면서 아내를 집에 들여보내는 것이 너무 싫었다"며 "일단 이 여자를 빨리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아내도 이런 남편의 재촉이 싫지만은 않았는지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애틋했던 연애시절과 달리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특히 아내는 결혼 후 5년 간은 너무 힘들어 헤어지는 것도 고려했었다고 털어놨다.

 "남편이 취직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어요.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남편은 집에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어요. 저는 집에서 홀로 아이 키우면서 외롭고 힘들었는데 말이죠. 연애 때처럼 제가 우선순위가 아닌 것 같아 씁쓸했어요."

 남편은 남편대로 회사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가정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저도 저 나름대로 힘들었는데 아내가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제가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내 입장에서 생각을 하지 않고 제가 힘든 것만 생각했던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부 사이는 하루가 다르게 멀어졌다. 부부 간 대화도 거의 없어지고 간혹 대화할 일이 있어도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외아들 동영(미카엘, 23) 군이 당시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본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 속에 아빠가 없더라고요. 큰 충격이었죠. 아이에게 `아빠는 어디 갔니?`라고 물었더니 `술 마시러`라고 대답해서 너무 놀랐어요. 우리 부부의 모습에 아이가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어요."

 부부는 그 무렵 경기도 안산에서 운영하던 문구점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특히 송씨의 어머니 영향으로 성당을 찾게 되면서 이들 부부에게는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1997년 서울 도림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부부가 ME(매리지 엔카운터) 주말에 참가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당시를 돌아보면 그 모든 게 하느님 뜻이었던 것 같아요. 먼 길을 돌아오게 하신 것도 모두 하느님의 계획이 아니었나 싶어요.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전보다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부부는 "ME 주말을 통해 서로 쌓아온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신앙 안에서 부부 간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남편은 "그간 아내에게 말 못하고 쌓아온 다양한 감정들이 대화를 통해 눈 녹듯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배우자가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이들 부부는 20여 년 전 연애 당시 기분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 남편은 봉사활동, 본당 주일학교 장애아부 자모회 활동 등으로 바쁜 아내를 위해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적극 거들어 뭇 사람들에게서 시샘의 눈길을 받기도 한다고.

 "요즘은 다시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부부가 함께 아침ㆍ저녁 기도를 드리고, 사순기간에는 함께 성경을 읽기도 했어요. 또 서운한 게 있으면 곧바로 대화로 풀거나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요즘은 대화가 너무 많아 문제라니까요.(웃음)"

 ME주말과 선택주말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부부는 "많은 부부가 신앙을 통해 서로를 더욱 사랑하며 성가정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특별히 신앙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부부가 되길 권유했다.

 인터뷰 말미, 부부는 또 다른 애정행각(?)으로 기자의 부러움을 샀다.

 "클라라는 지금도 예쁘지만 대학생 때는 더 예뻤어요~"(남편)
 "알아요 알아. 대학 시절에 나 좋아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지. 하하~"(아내)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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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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