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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복음화의 구심점, 본당 - 전주교구 수류본당

말씀 생활화·신앙 쇄신에 매진/ 일제·공산당 탄압 등 어려움 극복하고/ 친교·일치 통해 훌륭한 신앙 전통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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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신앙의 뿌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수류본당은 성경 말씀 생활화와 하느님 체험을 가질 수 있도록 신앙 쇄신에 노력하고 있다.

국내 유명 성당들은 인기 영화 배경으로도 꽤 많이 등장하며 간접적으로 그 모습을 알려왔다. 신부님과 스님이 지도하는 두메산골 어린이 축구팀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영화 ‘보리울의 여름’ 촬영지는 바로 전주교구 수류성당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화율초등학교도 본당이 1909년부터 해방 때까지 운영했던 인명학교의 뒤를 이은 곳이다. 당시 영화에서는 성당뿐 아니라 주변 청정환경도 한껏 선보여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전북 김제시 금산 화율리 넓은 들녘을 낀 산골마을, 그 깨끗하고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여 수류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수류본당(주임 박찬길 신부)은 지난 1889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세운 목조성당은 6·25전쟁으로 불타버렸지만, 신자들이 인근 냇가의 모래와 자갈을 퍼다 구운 벽돌로 지은 성당은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자태를 간직한다. 성당뿐 아니라 주변 환경도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수류본당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본다.



본당 관할 구역 마을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신자다. 덕분에 본당에서 가장 펼치기 어려운 활동으로 새 복음화가 꼽히기도 한다.

수류본당의 전신인 배재본당(현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 인근에 언제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선교를 담당했던 리우빌 신부가 작성한 교세 통계에 따르면 1882년에 이곳에 공소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 가지 남은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병인박해 중에 신자들이 이 지역으로 숨어들어 교우촌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895년 당시 전라도지역 선교를 담당하던 라크루 신부는 보다 적극적인 선교활동 등을 위해 배재에서 수류로 성당을 옮겼다. 그때만 해도 수류에는 신자들이 한 사람도 없었지만, 본당이 설립되자 산중 신자들이 한데 모여들었다. 덕분에 본당이 생긴지 2년 만에 신자 수는 215명으로 늘어났다는 기록이다. 성당이 들어서자 천주교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 주민들은 그 지역을 떠났고, 남은 주민들은 입교하게 되면서 수류는 명실공히 교우촌을 이루게 된다. 1896년 뮈텔 주교가 순방할 당시에는 6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여들 정도였으며, 1900년대 초에는 신자 수가 2000여 명을 넘어섰다.

이즈음 본당은 성당 신축을 결정, 건축가 프아넬 신부의 도움을 받아 48칸 목조성당을 완공하고 1911년 축복식을 가졌다. 성당 생김새는 나바위성당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활발한 복음화의 이면에서 본당은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활동과 박해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개신교 목사와 신자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가톨릭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방해하고 만나는 대로 행패를 부렸다. 이에 페네 신부는 개신교도 및 외교인들의 반목과 일제의 탄압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수단은 철저한 종교교육이라고 판단, 1909년 성당 내에 인명학교를 설립했다. 종교학교인 여학교도 설립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학생과 노동자들의 교육에 열성을 보였다. 전라도 각지에서 모여든 많은 인재들을 교육, 양성한 덕분에 벽촌임에도 불구하고 전북 지역 문화발상지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이후에도 본당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의 신앙 성숙과 새 복음화에 매진했다. 6·25전쟁 때에는 본당 신자 50여 명이 공산당의 박해로 생명을 잃고, 성당도 불타 없어지는 어려움과 맞닥뜨렸지만, 신자들은 새롭게 일치해 다시 성당을 짓고 지역 복지사업 등에 더욱 열성을 기울여왔다. 지금까지 본당에서 배출한 사제 수만도 20여 명에 이르는 등 오랜 교우촌의 면모도 이어왔다.

현재 본당 내 활동 신자 수는 170여 명에 불과하다. 교적상 신자 수는 380여 명이지만 행불자와 타도시 생활자들이 더 많은 형편이다. 게다가 신자 대부분이 70~90대 연령이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는 모두 합해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170여 신자 중 매주 평균 120여 명이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80여 명이 평일미사에도 참례한다. 농한기를 제외하면 성경공부 등도 원활히 진행하기 어렵지만, 전례 참례와 기초 신앙생활에선 누구보다 열심이다.

본당 주임 박찬길 신부는 “이곳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마을이 현성돼 아름다운 신앙의 뿌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신자들도 비록 고령이긴 하지만 깊은 신심을 보이며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낸다”며 “현재는 구교우들에게 다소 부족한 성경말씀의 생활화와 하느님 체험을 가질 수 있도록 신앙 쇄신에 더욱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박 신부는 “우리 본당은 누구나 와서 기도하고 머물며 청정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관과 대형 야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며 “하느님을 갈망하고 삶에 지친 많은 이들이 산골 성당을 찾아 쉼을 누리고 영적 쇄신에 도움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 수류본당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의 신앙 성숙과 새 복음화에 매진했다.
지금까지 본당에서 배출한 사제 수만도 20여 명에 이르는 등 오랜 교우촌의 면모도 이어왔다.
 

 


가톨릭신문  20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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