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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성 베네딕도회 <4> 왜관수도원 (하) 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 인터뷰

“섬기고 사랑하며 영적 쉼터 역할에 충실”/ 수도회 100년 역사는 수도자 신원 재확인 계기/ 잘 사는 모습 보여 신자들 관심과 사랑에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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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우 아빠스는 수도원이 일상 안에서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이들이 마음 놓고 올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네딕도회의 한국 진출 역사에 대한 감회는 ‘우리가 오늘의 우리가 된 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라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과 같은 심정이지 싶습니다.”

올해로 아빠스 축복 10년을 맞는 왜관수도원 수장(首長) 이형우 아빠스는 수도원장 자리를 맡으면서 베네딕수도회의 한국 역사 면에서, 또 한국 교회사 적으로도 굵직한 일들을 맡아 수행해야 했다.

무엇보다 베네딕도회 오딜리아연합회 한국 진출 100주년 기념 행사를 치러냈고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아빠스와 김치호 베네딕도 신부와 동료 순교자들’ 38위의 시복시성 절차를 시작했다. 또 미국 뉴튼수도원을 인수했으며 화재로 소실된 수도원 건물을 새롭게 건축하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황해도 재령 출신으로 1965년 왜관수도원에 입회, 77년 사제품을 받고 청지원자 지도, 구미 원평·대구 대명동본당 주임, 왜관수도원 수련장, 왜관 피정의집 주임, 왜관수도원 부원장 등을 거치며 약 반백년의 세월을 왜관수도원과 함께한 이형우 아빠스. 베네딕도회의 한국 선교 역사를 마무리하면서 인터뷰를 청했다. 아빠스는 수도회의 향후 역할 부분에 인터뷰 내용의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한국에서의 베네딕도회 역사와 관련, 이형우 아빠스는 “구약 성서에서 가장 큰 축제는 해방절 즉 파스카 축제였는데 이 축제는 단순히 먼 옛날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긍지를 확인하고 서로 결속하고 이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곁들인 경축이었다”며 “이런 의미에서 100여년의 역사는 수도자로서의 신원을 재확인하고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 수도회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 와야 하는 일이 남아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이 아빠스가 오늘날 한국 사회 안에서, 또 교회 안에서 수도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기도’ 다.

“마치 길을 가다가 샘터가 나타나면 물을 마시고 쉴 수 있는 것처럼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영적인 샘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도 각박한 사회 안에서 수도원 만이라도 아버지 어머니 집에 와 있는 것 같은 마음으로 신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아빠스는 수도원 내에 수도승 생활이 강조되면서 1987년 서울 근교 불암산 기슭에 단순한 노동으로 기도생활에 전념하며 베네딕도회적 삶을 지향하는 성 요셉수도원이 설립됐던 것을 예로 들었다.

“성 요셉수도원은 피정을 원하고 기도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면서 “수도원에 와서 전례에 참석하고 같이 성가를 부르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이 위안을 얻는 듯하다”고 했다.

“사부이신 베네딕도 성인께서는 수도원을 ‘하느님의 집’이라고 하셨습니다. 수도사들은 하느님의 집을 관리하는 일꾼들이라고 했죠. 수도사들은 그 주인집의 자녀들을 잘 받아들이는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적 성숙 미흡이라는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과제 속에서 그만큼 수도원의 영적인 역할이 크다는, 수도회 역할에 대한 의견으로 들렸다.

이 아빠스는 계속해서 수도원의 ‘영적인 쉼터’ 역할을 강조, “일상 안에서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이들이 마음 놓고 올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들어 왜관수도원이 시도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한 수도생활 체험 학교라던가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 프로그램 등이 이 같은 아빠스의 목소리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아빠스가 덧붙여 역설한 것은 수도자들의 ‘증거의 삶’이다. “저 수도원 공동체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 저 사람들이 복음 때문에 일반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소자들의 현황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의 삶은 그러한 하느님을 증거하는 생활이기에 숫자적인 것보다는 질적으로 ‘증거’의 모습을 보이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 한국 진출 100년을 지낸 왜관수도원은 최근 중장년과 청년들을 위한 기도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영적 쉼터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수도회에서 추진중인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과 관련해 물었다. 수도회의 시복시성 절차는 20세기 한국 천주교회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복재판이 진행 중이고 제 자료들이 정리 중이라고 전한 이 아빠스는 “시복시성 작업은 결국 신앙 후배인 우리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그분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그에 부끄럽지 않은 후배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또 더욱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 하고자 하는 그런 계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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