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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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아름다운 동행, 이 부부가 사는 법-김정중, 신수정씨 부부

말 안해도 서로 마음을 안다구요? NO~! 부부 행복은 대화와 소통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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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 있잖아요. 우리 부부는 여기서 백퍼센트 의견일치를 보곤 하죠. 그 말,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요. 하하하하."
   남편 김정중(토마스, 48, 서울 혜화동본당)씨와 아내 신수경(제르투르다, 47)씨가 맞장구를 치며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올해로 결혼 22년 차. 개인 사업을 하는 남편과 고등학교 상담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내는 현재 고3ㆍ중3인 아들 둘을 키우며 살고 있다.
   지금은 "이 사람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사이지만 한 땐 서로 말도 않고 등 돌리며 지내던 부부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마음속에 꽁꽁 담아두고 "저 사람 없어도 되겠다. 나 혼자 다 감당하겠다"고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각자 퇴근하고 돌아와 대화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 견딜 정도가 됐다. 입을 열고 마음을 건넸고, 귀를 기울이며 이해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 불신과 원망만 쌓여
 부부가 결혼할 때부터 맞벌이를 한 건 아니었다. 아내는 2002년 `내가 누구인지, 이 집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남편에게 내가 무슨 의미인지 찾아야겠다`며 상담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원이던 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 바로 그해였다.
 아내 신씨는 "남편이 사업을 하다 보니 가정보단 일이 우선이 된 것 같아 배신감마저 들었다"면서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하게 되니 다툼도 잦아졌고, 또 그동안 쌓여왔던 집안 문제들도 불거지며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고 말했다.
 "매일 집에 늦게 들어오고, 집안일엔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 사람이 나랑 10년 넘게 같이 산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그땐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말을 꺼내면 오히려 싸우게 되니 아예 마주하는 걸 피하게 되더라고요."
 남편 김씨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악순환이었다"고 동의했다.
 "사실 가장이 돈을 벌어오는 게 다가 아니잖아요. 남편, 아빠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는데 그걸 몰랐던 거죠. 아니, 몰랐다기보다 그런 문제를 직면하기 싫어 피했던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나서야 하는데, 그러면 충돌할 게 뻔하니까 아예 나서지 않았어요. 분명 제가 조정해야 할 부분이 있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피했던 거죠."
 부부는 모든 문제가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서로가 내 남편이니까, 내 아내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내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내가 무엇을 원한다고 정확히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 패인 상처는 점점 깊어졌고, 원망은 쌓여갔다.

 #ME 통해 서로 알고 이해하게 돼

 그러던 차에 2004년 ME(매리지 엔카운터)를 알게 됐고, 2박 3일 ME주말을 다녀오게 됐다. 부부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빛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 김씨는 "내 경우엔 아내가 당연히 나를 이해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내 상황은 물론 아내 상황까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고, 내 상황을 아내에게 설명하며 대화를 시작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아내 신씨는 "남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남편이 오히려 나보다 더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지금 서로 원망할 때가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대화가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고 나서 10년 넘게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의견충돌로 속상하고 감정이 상해 싸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싸움이 달라졌다.
 "지금도 우린 얘기하다 많이 싸워요. 잘 싸우죠. 호호. 둘이 워낙 다르거든요. 그런데 정말 건강하게 잘 싸워요. 그게 달라졌어요. 그리고 이젠 얘기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아니까 서로 부딪힐 게 뻔히 보이더라도 일단 대화를 시작해요."(아내)
 "저는 문제를 직면하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특히 우리 집 식구들과 아내가 부딪히는 문제요. 아이들 교육 문제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젠 두려움 없이 문제에 직면하죠. 내 생각이 아내와 다르더라도 아내가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물론 제가 고칠 것이 있다면 고쳐야 하고요."(남편)
 부부는 대화를 시작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를 잘 알게 되니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대화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다보니 혼자 고민했을 때보다 문제가 훨씬 더 잘 해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이든 함께 하는 부부가 됐다.

 #대화로 일어난 변화들
 "몇 달 전에 큰 아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온 적이 있어요.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친구 두 명도 함께 데리고 왔더라고요. 어찌나 당황스럽고 열이 나던지요. 저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다면 아들 녀석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불호령이 떨어졌겠죠. 하지만 아침에 깬 아이들을 해장국 집에 데려가 해장국 한 그릇씩 먹이고 집까지 바래다줬어요. 아내와 같이 이야기하고 상의한 결과에요. 덕분에 아들은 더 깊이 반성한 것 같더라고요. 물론 아들 친구들 사이에선 최고의 부모가 됐죠."(남편)
 "시어머니와 관계가 지금처럼 변한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이렇게 어머님과 편하게 이야기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남편에게 내 힘든 사정을 이야기하고 남편과 함께 고부갈등을 풀어서 해결된 거죠. 저 혼자만 노력해선 될 일이 아니었거든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다가가면 모든 일이 더 쉽게 잘 풀리는 걸 경험하게 되니, 이젠 뭔가 혼자 할 엄두를 못 내게 되더라고요."(아내)
 부부는 "이렇게 서로 얘기하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진 것은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대화도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가톨릭평화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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