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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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아름다운 동행 - 부부는 너와 내가 만든 우리(기고)

먼저 양보, 상호 신뢰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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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언론 보도는 1인 가구 비율이 전년보다 많이 늘어났고, 10여 년 후에는 2인 이상 가구보다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2010년도 집계에 따르면 전체 이혼부부 중 결혼기간 20년 이상인 부부 비율이 22.8로, 결혼초기 부부를 앞질렀다. 황혼이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너의 문제보다 결국 나 자신의 문제

   이런 현상은 모두 부부와 가족생활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혼하는 것이 현재의 고통을 끝내고, 이제라도 행복해지고 싶어서인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분들이 이혼을 후회한다. 또 재혼생활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이혼 전에 더 노력했어야 하는 게 옳다고 얘기한다. 이분들의 어려움은 대개 자녀양육과 관련된다. 특히 자녀와 계부모 혹은 생부모와 관계는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부부를 대상으로 30년간 연구를 한 미국 심리학자 가트맨 박사는 부부 갈등요인 가운데 69는 부부가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 69는 개인 성장과정의 산물이므로,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혹은 재혼을 하든 자신에게 붙어 다닌다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이 배우자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기에, 부부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가 된다.
 상담소를 찾는 부부 대부분은 배우자를 원망한다. 배우자가 조금만 달라진다면 혹은 자신이 힘든 것을 알아만 준다면 살 것 같다고 호소한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가 온통 배우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다가, 결국은 배우자가 자신을 무시하며 사랑하지 않는다고 어깃장을 놓는다.
 이 같은 호소는 배우자가 나를 받아주기 쉬울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배우자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쪽은 쉬운 것으로, 다른 쪽은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해결 가능한 것으로 문제를 재정의해야 한다. 배우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도록 천천히 조금씩 순하게 접근하자.
 통합적행동부부치료(IBCT)를 창안한 미국 심리학자 크리스텐센 박사는 부부가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가다 보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고 했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갈등을 키우게 되고, 갈등 자체보다는 그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문제가 된다.
 크리스텐센 박사는 또 부부가 살면서 주고 받는 정신적ㆍ물질적 관계들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녹이 스는 부식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즉 결혼초기에 주고 받았던 사랑의 징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들해진다는 것이다.
 전통적 가족구조 안에서 순종적으로 살아온 아내는 남편이 정년퇴직한 뒤,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힘들어한다. 전과 다르게 늘어난 남편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을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남편도 유감이 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 와서 처자식이 자신을 외면해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지만, 피땀 흘려 일한 것은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홀대하는 아내에게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몹시 처량하기만 하다.
 다른 사람에겐 양보해도 배우자에게는 어렵다. 부부관계는 사랑을 매개로 이뤄진 것이니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먼저 양보하라고 다그친다. 내가 먼저 양보하는 것이 손해며, 평생 나만 양보하며 살아야 할 것 같은 불안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부부간 타협은 어렵지 않다. 내가 불안을 느낄 땐 상대도 똑같이 느낀다. 의심을 버리고 상대를 믿으면, 상호 신뢰 속에 양보를 주고받게 될 수 있다.

배우자를 살게 함으로 내가 살게 돼

 성경에 보면 주님께서 이집트를 칠 때, 문설주에 양이나 염소 피를 발라 놓은 집은 거르고 지나가셨다. 주님께서 거르고 지나간 집은 어떤 재앙이나 멸망도 없었다. 부부간, 가족간에도 상대의 약점과 부족한 점을 거르고 지나갈 수 없을까. 거르고 지나가면 부부관계가 몰락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난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듯 배우자를 사랑해야 한다. 배우자를 살게 함으로써 내가 살게 되는 것이다. 부부는 너와 내가 만든 `우리`다. 너를 해치면 나와, 우리, 그리고 아이가 손상된다.

이선희(체칠리아, 은행나무부부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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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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