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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 <30> 건축(6) 성가대석, 성당 속의 작은 성당

거룩한 천사의 찬미 노래 울리는 근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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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알비에 있는 알비 대성당(15세기) 성가대석.
 


 
▲ 프랑스 브르타뉴에 있는 생 쉴피스 성당.
 


 
▲ 루돌프 슈바르츠가 설계한 성 요셉 베르나르도 성당(1955년).
 
 
 중세 대성당에 가보면 오늘날의 성당과는 전혀 달리 성가대석이 제단과 회중석 사이에 있고, 더군다나 아예 화려한 장식을 한 칸막이로 막혀 있다. 또 성가대의 긴 의자들이 좌우에 배열되어서 제단은 그 사이를 통해서야 보인다. 중세에는 성가대석을 한가운데 두더니, 오늘날에는 성가대석의 위치 규정이 뚜렷하지도 않다. 이렇게 성가대석의 위치와 의미는 의외로 다양하다.

 성가대는 공동체의 예배인 미사 전례를 위한 전례음악(musica liturgica)을 부른다. 전례음악이란 `전례문`을 노래로 불러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성가대의 임무는 미사 중 회중과 함께 또는 번갈아가며 노래하면서 회중을 도와주는 데 있다.

 노래하는 성가대를 영어로 `콰이어`(choir)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라틴어 코루스(chorus)에서 나왔다. 처음에는 성무일도를 그레고리오 성가로 노래하는 남녀 수도자들을 `콰이어`라고 했다. 이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성가를 불렀기 때문에 콰이어라는 말은 `성가대`라는 뜻도 되고, 또 이들이 앉는 `성가대석`이라는 뜻도 되는 용어다.

 그런데 성가대석은 제단과 성가대석 등이 있는 성당의 동쪽 부분 전체를 뭉뚱그려 가리키는 말일 때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제단과 성가대석을 포함한 동쪽 부분 전체를 `챈슬`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 성가대석과 제단,그리고 챈슬이라는 용어는 서로 애매하게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런 혼동이 왜 생기는 것일까?

#제대 가까운 곳에 성가대석을

 본래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에서는 제단이 회중석에 직접 이어져 있었다.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몇 단을 올려 다른 곳과 구분하는 제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성당 안에는 제대와 주교좌(cathedra)를 뒀다. 주교나 수도원장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해 이들을 `권위자`(hierarch)라고 달리 불렀다. 위계를 뜻하는 영어의 `hierarchy`라는 단어는 여기서 나왔는데, 성당 건축 안에는 이런 위계가 표현돼 있다.

 성당의 제단(sanctuary) 주변은 이 자리의 거룩한 위계를 나타내려고 난간을 두르거나 격자 모양의 칸막이벽으로 구분한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구분된 영역을 `챈슬`(chancel)이라 부른다. 챈슬은 격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칸첼루스(cancellus)에서 나온 말이다. 제단 앞에서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직자나 수도자들은 전례 성가를 부르고 기도했다. 이들은 성가를 부르면서 함께 미사를 드렸으므로 이들을 위해 제단 가까운 곳에 성가대석을 둬야 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전례 성가대석`(liturgical choir)이라 부른다.

 이렇게 성당은 성직자를 위한 챈슬과 성가대석을 합한 부분과 회중석 등 크게 둘로 나뉘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칸막이벽으로 명확히 구분된 것이다. 제단과 성가대석은 난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벽을 칠 때는 제단을 막은 벽은 `챈슬 스크린`(chancel screen), 성가대석을 막은 벽은 `성가대석 스크린`(choir screen)이라 한다. 이 두 개의 벽 모두를 `챈슬 스크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칸막이벽은 늘 호화롭게 장식됐다. 알비(Albi) 대성당에는 화려한 챈슬 스크린으로 에워싸인 제단과 성가대석이 아주 길게 격리돼 있다. 회중석을 향한 문만 잠그면 성가대석 자체가 또 하나의 성당이 된다. 한편 수도원 성당이나 대학 성당에서는 성가대가 따로 있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성가를 불렀으므로 인근 주민과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회중석을 이어 붙이는 수도 있었지만, 그 자체가 이들의 성당이었다. 그리고 스크린 앞에 강론대(bema)와 독서대를 뒀다.

 성당 안의 한가운데에 놓인 성가대석은 수도원 제도가 확립됨에 따라 하루 종일 성무일도로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성가대석은 거룩한 천사의 노랫소리가 언제나 이 땅에 닿게 하는 자리였으므로 매우 중요해졌다. 그러나 성가대를 전담한 이들은 성직자나 수도자들이었지, 오늘날과 같이 평신도가 봉사하는 성가대가 아니었다.

 고딕 시기에 이르러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앉고 서면서 성무일도를 노래로 불렀으므로 의자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긴 시간 서서 노래를 부르려면 의자의 엉덩이받이 아랫면에 조그만 판을 깎아 붙여야 했다. 이 엉덩이받이를 올리면 약간 튀어나오는 이 조그만 나무판에 선 자세이면서도 슬쩍 앉을 수



가톨릭평화신문  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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