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 문화산책]<36>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8) 가시관 쓰심, 십자가 지심

조롱 당하고 고통스런 가신관까지 기꺼이 쓰신 예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자, 이 사람이요"(요한 19,5)

작품 : `조롱 당하시는 그리스도`
          히에로니무스 보스 작(1495~1500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 고통의 신비 3단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가시관, 조롱, 인내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기이하고 수수께끼 같은 화가 중 하나다. 그는 인문주의적이고 민속적이며 과학적이고 연금술적인 데다 교회적인 요소까지 그림의 배경으로 삼았다. 작품 속은 이상한 상상의 짐승이나 비현실적 풍경, 인간의 악행에 대한 묘사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은 교회와 도덕적 교훈을 서로 연결시켜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독일 스헤르토겐보스의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난 보스는 이름 역시 자신이 평생 살았던 도시에서 따왔다. 보스의 작품에서 표현된 상상력은 20세기 초현실주의 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예수가 가시관 쓰는 내용은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서에서 군인들에게 조롱당하는 내용의 중요한 부분으로 서술된다. 이 장면은 빌라도가 로마 군인들에게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는 대목과 골고타 곧 `해골 터`라는 곳으로 가기 시작하는 대목 사이에서 일어난다.

 마태오 복음서는 조롱에 관한 내용을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하며 조롱하였다"(마태 27,28-29)고 상세히 기술한다. 로마 군인들은 예수를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임금의 색깔인 진홍색 옷을 입힌다. 보스의 작품에서 예수는 아직 진홍색으로 갈아입기 전으로 흰색 옷을 입고 있다. 흰색은 주님의 파스카 시기와 성탄 시기 전례에 사용되는 것처럼 영광과 결백, 기쁨을 의미한다. 또한 요한 묵시록에는 승리하는 사람은 흰옷을 입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흰옷을 입고, 나와 함께 다닐 것이다"(묵시 3,4).

 이제 조금 후면 예수는 그림의 인물들에 의해 옷이 벗겨질 것이고, 그의 몸에는 진홍색 외투가 입혀질 것이다(마태 27,28). 진홍색은 비잔틴 시대부터 황제와 황녀만이 입었던 색으로 강한 권력과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을 상징하며, 예수 수난과 관련해선 희생을 뜻한다. 임금으로서의 예수는 세상을 위해 선과 악에 대한 책임을 떠맡고 자신을 희생한다. 또한 임금으로 인식되는 특별한 왕관의 특징을 드러내는 뾰족한 가시가 예수의 눈앞에 놓여 있지만 저항에 맞서는 인내가 예수에게서 보인다. 예수는 수난을 이겨내야 할 필연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보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예수를 둘러싼 네 인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형편을 시사한다. 험상궂어 보이는 4명은 군인과 종교인, 회교도, 유다인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해악, 혹은 네 가지 기질을 나타낸다. 무엇으로 해석하든지 네 인물은 사악한 존재로 등장하며, 선과 악, 정당하고 부당한 것 사이에 도덕적 대립의 양상을 띤다.

 오른쪽 위에 있는 인물은 못이 두 줄로 박힌 동물용 띠를 부착하고, 수난을
상징하는 떡갈나무 장식을 머리에 매달고 있다. 목에 거는 띠는 개에게나 사용하는 것으로, 헤로데의 명에 따라 복종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인물의 오른손과 왼손을 살펴보면, 왼손에는 굵은 갈대를 들고 있고 오른손은 예수 어깨를 꽉 잡고 있다. 그는 입술을 예수 귓불에 가까이에 대고 조롱하듯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왼쪽 위 녹색 망토와 터번을 두른 인물은 총독의 군병처럼 보인다. 그의 터번에는 석궁이 끼워져 있고, 손은 쇠 장갑으로 무장돼 있다. 날카로운 가시에 자신의 손이 찔리지 않도록 쇠 장갑을 낀 채 그는 예수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려 한다. 또한 군인의 터번에 꽂힌 석궁은 앞으로 십자가에 매달릴 예수 옆구리를 찌를 창을 떠올리게 한다. 군인은 힘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인물은 예수처럼 무고한 사람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국가 권력을 뜻한다.

 그림 아래에는 또 다른 두 인물이 배치돼 있다. 예수의 옷을 꽉 잡은 오른쪽 인물은 성급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인상이다. 왼쪽 아래 붉은색 머릿수건를 쓴 인물은 비교적 다른 인물들보다 비교적 덜 사악해 보이고 다정하게 예수의 손에 살포시 대고 있지만, 매부리코에 뾰족한 턱과 수염, 굳게 앙다문 입에 치켜 올린 입꼬리는 예수를 비웃으며 조롱하는 듯한 표정이다. 또한 붉은 머릿수건에 새겨진 초승달은 이슬람교의 상징으로 진리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손에 든 지팡이는 물려받은 최고의 힘, 곧 신성으로부터 상속받은 권능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지휘관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지팡이로 예수의 고통을 부추기고 있으며, 왼쪽 노인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교도의 이중적 모습을 드러낸다.

 네 인물은 냉혹하고 가학적이며, 다혈질적이고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모습으로 묘사돼 예수의 온화하면서도 인내로운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예수를 조롱하고 고문하는 사람들을 종종 악을 시사하는 야생 짐승처럼 묘사된다. "개들이 저를 에워싸고 악당의 무리가 저를 둘러싸 제 손과 발을 묶었습니다"(시편 22,17).

 예수께서는 아무 죄 없이 조롱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시고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가시관까지 쓰신다. 이는 "여러분의 임금이오"(요한 19,14)라는 말씀처럼 십자가상의 예수의 즉위까지 연장된다. 대관(戴冠)의 의미다. 머리에 씌워진 왕관, 곧 가시관은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줌으로써 양들에게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0,10).



"우리 위로 무너져내려라"(루카 23,30)

작품 : `골고타로 가는 길`
시모네 마르티니 작(1315년께, 목판에 템페라,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 고통의 신비 4단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십자가의 길, 여정, 동반자




가톨릭평화신문  2013-10-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시편 106장 47절
저희가 주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송하고 주님을 찬양하여 영광으로 삼으오리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