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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21) 세 거장의 작품이 한 자리에 : 독일 비스바덴 시청의 스테인드글라스

관공서 건물서 체험하는 아름다운‘빛’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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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비스바덴 시청에 설치된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세 거장, 샤프라스, 슈라이터, 푄스겐의 작품.
 

세 거장의 작품이 한 자리에 : 독일 비스바덴 시청의 스테인드글라스

루드비그 샤프라스(Ludwig Shaffrath, 1924~ ), 요하네스 슈라이터(Johannes Schreiter, 1930~ ), 요켐 푄스겐(Jochem Poensgen, 1931~ )

전후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를 대표하는 이 세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혹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건축에 이 세 작가의 작품이 함께 설치된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독일 비스바덴 시청이다.

주로 교회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보아온 우리에게 관공서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아직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 가까운 일본에서도 시청, 법원, 경찰서와 같은 관공서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3대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중 하나로 1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데릭스 글라스 스튜디오(Derix Glass Studio)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수석장인이었던 칼 하인츠 트라우트(Karl Heinz Traut)의 안내로 비스바덴 시청을 함께 찾았었다. 칼 트라우트는 43년째 데릭스 스튜디오와 함께하면서 요하네스 슈라이터, 브라이언 클라크(Brian Clarke, 1953~ )와 같은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거장들의 초기작품을 제작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세한 설명과 함께 했던 그와의 스테인드글라스 투어는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일단 시청 입구에 들어서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 창에 역동적이며 선이 굵은 루드비그 샤프라스의 작품이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푸른색을 포인트 컬러로 한 모노톤의 작품은 크고 작은 원형의 패턴들이 대비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를 지나는 여러 섬세한 선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깊이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계단을 올라 회의실로 들어서면 또 다른 대표적인 독일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요하네스 슈라이터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샤프라스의 역동적인 느낌의 작품과는 달리 슈라이터의 작품은 회의실의 분위기에 맞게 미색 계열의 불투명 유리를 사용하여 빛을 차분하게 조절해주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동양의 선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슈라이터의 작품은 늘 간결하며 여백의 미를 드러낸다.

회의실을 나와 반대편쪽의 홀에 설치된 요켐 푄스겐의 작품은 두 작가와는 또 다른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푄스겐은 요하네스 슈라이터와는 대조적으로 유리가 지니고 있는 투명성을 그대로 살려서 제시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페인팅이 최소화되어 있고 납선도 부분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구조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세 대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비스바덴 시청은 그곳을 드나드는 시민들에게 예술적으로 재해석된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현재는 소실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구 조선총독부 청사(1925)와 구 서울역사(1925)에 독일에서 수입한 색유리들을 이용해 일본 도쿄의 공방에서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바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관공서 건물에 아름다운 빛을 연출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이 널리 보급되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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