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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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40> 문학(8) 김남조 시인의 연작 ''막달라 마리아''

지금 우리 앞에 예수님 재림을 희망하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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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막달레나는 신약성경에 12회나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여인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상반된다. 부활한 예수를 처음 목격한 사람으로 성경에 기록돼 있고, 예수의 또 다른 제자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창녀였다는 악평도 있다. 교황 성 그레고리오 1세는 591년, 루카복음에 나오는 `죄인 여자`를 근거로 마리아 막달레나가 창녀였다고 강론했다. 이후 1400년 가까이 마리아 막달레나는 창녀로 낙인이 찍혔다. 1988년에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를 `사도들의 사도`로 격상했다. 마르코ㆍ루카ㆍ요한복음에 나오는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묘사를 종합해본다.


 
▲ 등불 아래 참회하는 막달레나, 조르주 드 라 투르, 1640~45년경, 캔버스에 유채, 128×94㎝,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파리.
 


성경에 묘사된 마리아 막달레나

 마리아 막달레나는 일곱 귀신에 들린 여인이었다. 정신을 잃고 헛소리를 해대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해하는 거친 행동도 했다. 한 귀신도 아니고 무려 일곱 귀신에 사로잡혀 광기어린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이렇듯 막달라 마리아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 채 살고 있었다. 이 여인을 감싸주고 바른 길로 인도한 이가 예수였다. 마리아는 이후 예수를 따라다니며 옆에서 수발했다.

 마리아와 예수의 만남은 예수가 행한 기적 덕에 이뤄졌다. 죽은 지 나흘이 돼 악취를 풍기던 마리아의 오빠 라자로를 예수가 살려내자 바리사이파 사람들까지 예수를 믿게 됐다. 바리사이파 시몬이 그 일을 축하하며 연회를 베풀었다. 마리아는 인도산 값비싼 향유인 감송유(甘松油)를 가지고 나와 감사의 표시로 예수의 머리에 조금 뿌렸다. 마리아의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예수는 미소 지었다.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가운데 마리아는 몸을 굽혀 의자에 앉아 있는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르기 시작했고 향기는 집안 가득 퍼졌다. 순간 유다가 일어나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저런 아까운 일이 있나! 저 향유를 팔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을 수 있을 텐데!" 계산이 빠른 유다로서야 당연히 분노할 일이었다. "왜 이 비싼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습니까?"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였다.

 "이 여인이 하는 대로 그냥 두어라." 예수는 유다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내 장례 준비를 위해 그것을 장만해 두었다고 생각하여라.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그대들과 함께 있을 것이나 내가 그대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내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이 행한 것을 전하여 기억토록 하라."

 예수는 이 말로써 마리아의 행동이 염문으로 와전될 것을 막았고, 그와 함께 마리아를 남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아는 여인으로 격상시켰다.


김남조 시인이 생각한 막달라 마리아



 
▲ 김남조 시인
 

 마리아는 두 가지 큰 역할을 한다. 예수의 십자가 임종과 땅으로의 하강, 묘소에 안치되기까지 최후를 지켜본 증인 역할과 부활 후 예수 발현을 최초로 목격한 이의 역할이다. 하지만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발라준 일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일반적인 남녀관계로 간주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영지주의(靈智主義) 외경 중엔 두 사람 연인관계로 그린 것이 있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나 록 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이를 따르고 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선 두 사람이 부부였다고 나온다.

 시인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86)는 「나아드의 향유」라는 시집에서 처음 `막달라 마리아 1`이라는 제목으로 연작시의 첫 번째 시를 쓴 이래 7번까지 쓴다. 첫 번째 연작시가 1955년에 나온 뒤 두 번째 시가 제 9시집 「동행」에, 세 번째 시가 제 12시집 「바람세례」에, 4~7번째 시가 제 14시집 「희망학습」에 실려 있으므로 연작시 7편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이 장장 43년이다. 시인은 이 긴 세월 마리아 막달레나란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왜일까?

 당신이 임종하시올 때/ 더욱 당신께의 귀의를 기원하였습니다/ 주여/ 더운 눈물이 돌 속으로 스며들고/ 음산한 바람이 밤새워 부는 무덤에까지/ 일체의 비교를 넘으신/ 당신의 죽으심을 섬기려 왔사옵니다/ 주여// ―`막달라 마리아 1` 제 1연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또는 기도하는 듯한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시의 내용은 예수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이다. 이 시가 수록된 시집이 「나아드의 향유」인 만큼 마리아 막달레나와 예수와의 관계가 시인에게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시집 제목과 같은 시 `나아드의 향유` 위에 정리한 성경 내용을 시로 쓴 것이다. 십자가 처형 이후 마리아의 입을 빌려 "우주만치 남던 자비"를 지닌 예수에 대한 시인의 찬미가이기도 하다.
 
 신을 사랑한/ 사람 세상의 여자 마음아 여자 마음아/ 천만 줄기의 냇물의 지하수의/ 그 더 깊은 데에까지/ 끓는 단맛의 피로 흘러 흘러서/ 진홍의 폭죽/ 천하 삼월의 꽃나무로/ 처연히 솟아난다 ―`막달라 마리아 2` 끝 연
 
 예수를 사랑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마음을 시인은 진홍의 폭죽을 터뜨리는 삼월의 꽃나무에 비유했다. 생전엔 차마 말할 수 없어 가슴앓이를 하던 막달라 마리아가 죽어서 꽃나무로 피어난다니 보통의 순애보가 아니다. 나머지 연작시도 예수에 대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갈망이 주요 모티브가 된다. "언제 어디서나/ 주를 따라 맨발로 달려가는/ 머릿단 길고 검은/ 유태 여자"(막



가톨릭평화신문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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