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얼굴, 못박혀 비틀어진 손발...어린양 위해
"당신은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쳐 주신 분 당신 면전에서 저를 기쁨으로 가득 채우실 것입니다"(사도 2,28)
작품 : 마티스 그뤼네발트 작 `십자가 처형` (이젠하임 제대화 일부, 269×307㎝, 1512~16년, 목판에 유채, 프랑스 알자스 주 콜마르 운터린덴 미술관)
● 고통의 신비 5단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십자가, 생명, 사랑
`십자가 처형` 작품이 일반화하기 시작한 것은 13~14세기께다. 성 프란치스코의 신앙심,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과 수난에 대한 신비주의적 경향의 문헌이 널리 확산하면서였다. 많은 화가가 예수의 죽음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고통을 초월해 높은 경지에 이르러 우아하기까지 한 예수의 모습부터 예수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격정적으로 묘사한 그림까지 다양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 처형`을 주제로 다룬 그림에는 예수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있고, 오른쪽에는 요한 사도가 배치되곤 한다.
화가 마티스 그뤼네발트(1470?~1528년)는 알사스 지방의 이젠하임에 있는 안토니오 수도회 의뢰로 수도원 소속 병원을 위해 `이젠하임 제대화`를 제작했다. 병자들을 간호하는 사도직 활동을 했던 수도회는 그림을 통해 질병과 고통스러운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은총을 병자들에게 심어주려는 목적으로 제대화를 제작하도록 했다. 그래서 제대화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진 고통을 극복하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듯이 환자들 역시 병마의 고통을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림 `십자가 처형`은 `이젠하임 제대화`의 중앙 패널의 일부다. 그림 중앙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보고 혼비백산한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를 부축하는 요한 사도, 무릎을 꿇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있다. 오른쪽에는 요한 세례자가 서 있다. 예수의 머리 위에는 병사들이 죄목으로 `유다인의 왕 예수`를 나타내는 라틴어 약자 `IㆍNㆍRㆍI(Iesus Nazarenus Rex Iudaeorum)`가 적혀 있다.
#사랑의 징표 : 창에 찔린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
황량한 골고타 언덕에서 이뤄진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비참한 슬픔으로 재현돼 있다. 예수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끔찍한 고통을 말하고 있다. 말라 비틀린 팔과 다리, 머리 깊숙이 박힌 가시관으로 피로 얼룩진 얼굴, 못에 박혀 비틀린 두 손의 손가락들, 선연한 채찍 자국, 몸의 무게로 찢어질 듯한 겨드랑이, 가시 박힌 몸의 표현 등은 예수가 죽어가는 순간의 고통을 보다 강렬하게 드러낸다. 어찌할 수 없는 처참한 고통에 몸을 비틀다 예수는 막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