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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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46>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10)

죽음 딛고 선 예수, 구원과 새로운 삶의 시작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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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수님을 일으키신 분께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일으키시어…"(2코린 4,14)

작품 : 그리스도의 부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작, 225×200㎝, 1463년, 프레스코,
          이탈리아 산 세폴크로 시립 미술관

● 영광의 신비 1단 :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부활 증거자, 새로운 삶



예수께서 "나는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다"(마태 27,63)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 사제들과 바리사이 사람들은 제자들이 시신을 훔쳐간 후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마태 27,64)라고 말할까 염려하며 빌라도에게 셋째 날까지 무덤 앞에 경비병을 세워둘 것을 요청했다. 로마 총독 빌라도는 불편한 심기로 "당신들에게 경비병들이 있지 않소. 가서 재주껏 지키시오"(마태 27, 65) 하고 그들에게 대답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예수 무덤을 봉인하고 경비병들을 세워 무덤을 지키게 했다. 예수를 묻은 후 사흘째 되는 날,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향료를 가지고 무덤에 갔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주님의 천사가 내려와 무덤의 돌을 굴리고 그 위에 앉았다. 경비병들은 천사를 보고 겁에 질려 까무러쳤다.

 복음사가는 하느님께서 예수를 죽은 이들로부터 일으켜세우고, 제자들에게 `그분을 드러내 보여주셨다`는 우리 신앙의 핵심인 예수 부활에 관해 모두 기록하고 있다. 부활의 영광은 장엄하고 극적인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네 복음사가 중 누구도 예수가 무덤에서 부활하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천사가 간접적으로 예수 부활을 알렸으며,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여인들과 제자들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께서 발현하셨다고 서술한다.

 이탈리아 화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20년께~1492년)는 자신의 고향인 보르고 산 세폴크로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작품을 제작한다. `산 세폴크로(San Sepol-cro)`라는 지명은 `성스런 무덤`이라는 뜻으로, 작품은 이 도시 정부청사 입구 홀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프레스코화다. 메디치 가의 지배 하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의 시발점이자 중심지가 된 도시국가 피렌체 공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보르고 산 세폴크로는 1456년 피렌체 공국에 압수당했던 정부청사를 반환받았으며 이 건물을 재건축해 1458년 완공했다. 이곳에 건 `그리스도의 부활`은 피렌체 지배에서 벗어난 보르고 산 세폴크로 정부가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볼 때 이보다 더 좋은 주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죽음의 승리자-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천사의 출현도, 여인들의 등장도, 어떠한 하늘의 징조도 나타내지 않은 채 중앙에 예수를 중심으로 대칭의 단순하고 명쾌한 피라미드 구도에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예수 부활 사건을 나타낸다. 예수는 정중앙에 부활의 상징인 붉은 십자가 표시가 있는 깃발을 들고 정면을 응시한다. 석관에 한쪽 발을 올리고 균형 잡힌 고정된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창에 찔렸던 예수의 옆구리와 못에 박혔던 손과 발의 상처에는 혈흔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십자가가 그려진 깃대를 잡은 오른손과 당장에라도 앞으로 돌진할 듯 석관을 딛고 있는 왼발에는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강한 힘이 보인다. 프란체스카는 카리스마 넘치는 예수를 과장 없이 인간의 육체와 똑같이 육신의 부활을 증거하려는 듯 부활한 예수의 몸을 그리고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 이 작품에서 학자 안토니오 파올루치는 어두운 무덤 속에서 사흘 만에 살아나오는 예수가 떠오르는 태양과 같기에 예수의 살갗을 유난히 밝게 묘사했다고 보기도 한다. 석관에 당당하게 내밀고 있는 발부터 머리까지 예수의 몸은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으면,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1코린 15,54-55)는 말씀을 연상케 한다. 또한 파올루치는 예수의 발 아래 석관을 제대로 여기고, 예수가 꼿꼿이 서 있는 자세를 성체거양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림 안에서 가장 성대하고 엄숙하며 거룩하고 존엄한 고유 의식인 미사를 통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네 명의 경비병-부활의 증거자

 화면 앞에 네 명의 경비병들은 놀라운 예수의 부활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잠에 빠져 있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루카 24,16). 경비병들의 동작은 두 눈을 또렷하게 뜬 채 반듯하게 몸을 세운 예수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오직 한 경비병만 깨어 넋을 잃고 부활한 예수를 바라볼 뿐이다. 우리는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한 네 경비병 모습을 인간 세상에 견줘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교부학자들이 창조론과 연관시킨 숫자 4는 물과 공기, 땅, 불의 4요소, 4계절, 4곳의 방위 등 세계를 상징한다. 왼쪽 첫 번째 경비병은 자신의 손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고 있으며, 바로 옆의 경비병은 예수의 깃대에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다. 세 번째 경비병은 자신의 창과 방패에 기대 자고 있고, 마지막으로 왼쪽 맨 앞의 경비병은 놀라서 뒤로 나자빠진 상태로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화가는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서로 다른 자세-자신의 능력만 믿는 사람, 창과 방패의 힘에 의존하는 사람, 잠들긴 했지만 예수에게 의지하는 사람, 깨어있긴 하지만 의지가 없어 보이는 사람-를 취한 경비병들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특히 예수의 깃대에 기대 자는 경비병의 얼굴은 다름 아닌 화가의 자화상이다. 프란체스카는 잠을 자면서라도 예수에 기대고 의지하려 한다. 화가는 예수께서 `늘 깨어 있어라`고 말한 가르침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반성이나 하듯 자화상을 통해 잠든 상태에서라도 예수에게 신앙적으로 의지하려는 믿음을 표현한다.

 석관 주위에 웅크리고 눈을 감은 채 예수 부활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비병들이긴 하지만, 이들은 곧 잠에서 깨어나 이성을 초월한 `부활의 신비`를 믿게 될 것이다.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4,31). 이들은 예수 부활의 증거자가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인간

 죽음을 이겨낸 승리자로서 예수의 부활은 모든 인간에게 새로운 구원의 역사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배경은 정중앙에 예수를 중심으로 두 영역으로 나뉜다. 그림 왼쪽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린 벌거벗은 큰 나무들이 서 있고, 오른



가톨릭평화신문  201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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