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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⑤ 성 루카

화가 루카에 대한 ‘존엄성’ 표현. 15세기 플랑드르 화풍의 대표작. 성모님을 이전 엄숙함서 벗어나 다정한 어머니·귀부인으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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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성모 마리아를 그리는 성 루카>, 로제에 반 데르 바이덴, 1450, 패널 위에 유화, 38×110 cm, 뮌헨, 알테 피카코테카.
 

루카는 마태오, 마르코, 요한과 더불어 신약성서의 4대 복음 저자 중의 한 사람이다. 루카는 그리스도와 동시대 사람이지만 그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는 않으며,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바오로 성인의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는 “사랑하는 의사 루카와 테마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라는 구절이 있고,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에도 “나의 협력자인 마르코와 아리스다르코스와 테마스와 루카가 그대에게 인사합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루카가 바오로의 제자이자 협력자였다고 알려져 있다.

루카복음의 특징은 다른 곳에서는 다루지 않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아기예수의 잉태부터 어린 시절의 일화를 비교적 소상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께 아기의 수태를 예언하는 ‘성모영보’,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목동’ 등은 루카복음만이 전하는 일화들로서 이후 성화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성 루카가 이처럼 상세하게 그리스도와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관해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생전에 성모 마리아를 만나서 이야기를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한 화가였던 루카가 성모님의 모습을 직접 그린 작품이 15세기 말까지 콘스탄티노플에 남아 있었는데 후에 파손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이로 인해 성 루카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화가로도 여겨지게 되었다.

15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로제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yden)의 작품 중에 루카를 화가로 그린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서 성모님은 아기예수에게 젖을 물리려 가슴을 내놓고 있는 아기 엄마로, 루카는 그런 마리아를 스케치하고 있는 화가로 그려졌다. 성 루카는 로마시대 귀족들이 입었던 붉은색 토가를 입고 있고, 머리에는 화가가 흔히 쓸법한 빵모자를 쓰고 있다. 성 루카를 토가를 입고 있는 화가로 그린 것은 성 루카에 대한 존엄성의 표현이자 동시에 화가를 단순한 장인으로 보지 않고 사회의 지도층으로 보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실제로 이 그림을 그린 바이덴은 대단한 부와 명성을 쌓았다고 하니 성 루카는 화가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화가의 모델이 된 성모님은 이전의 엄숙함에서 벗어나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다정한 어머니이자 당대의 귀부인으로 변신했다. 그녀는 비단실로 수를 놓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으며, 뒤쪽의 황금빛 비단천은 그녀를 한층 더 귀한 분으로 보이게 하는 장치다. 그림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사진 이상 정교한 묘사에 혀를 내두르게 되며, 이 모든 것을 꼼꼼히 그려낸 화가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거울에 비친 것처럼 생생하게 그리기!’. 이것은 15세기 플랑드르 화가들의 모토였다. 플랑드르란 오늘날의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역으로 이탈리아와 함께 회화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으며 렘브란트, 루벤스, 베르메르를 비롯하여 많은 대가를 배출한 곳이다.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플랑드르 화가의 정교한 그림 그리기는 이후 이탈리아에도 널리 유행하게 되며 이른바 플랑드르 화풍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 작품의 작가 바이덴은 플랑드르가 탄생시킨 당대 최고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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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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