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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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성지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사람들] (1) 유다인

“이천년 전 조상들의 애환, 죽음으로 항거한 정신을 이어받다”/ 그리스도교인·유다인·이슬람교인 모두의 ‘성지’ 이스라엘/ 이스라엘 인구의 75%가 유다인/ 하느님이 선택한 민족이라는 자부심/ ‘유랑’의 역사에도 고유 문화 지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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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삶의 자취를 담고 있는 곳, 또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살았고 다윗 왕과 솔로몬 왕이 다스렸던 성경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스라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신자들은 오늘날에도 이곳을 수없이 순례하며 ‘성지’ (Holy Land)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리스도교인들 뿐만 아니라 유다인들과 이슬람교인들 역시 자신들의 신앙 구심점으로 삼는, 복잡다단한 역사와 신앙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이슬람교인들에게는 예언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장소인 아름다운 오마르 사원이 있는 성지가 되고, 유다인들에게는 그들의 정신적인 기둥이자 제1의 성지인 통곡의 벽 등 민족의 삶과 역사가 서린 신앙의 중심인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스라엘을 처음 찾는 경우, 한 주에 휴일을 세 차례나 맞이하는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금요일을 성일(聖日)로 지내는 이슬람교인들, 토요일을 안식일로 삼는 유다인들, 일요일이 주일(主日)이 되는 그리스도교인들 모습이 그것이다.

이스라엘이라는 땅 안에서 각기 다른 신앙적 뿌리와 토대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 삶의 이야기들을 현지 특별 취재 기획으로 마련한다.



‘유다인’은 흔히 ‘유랑 민족’으로 불린다. 200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떠돌며 유랑 생활을 경험하는 애환을 겪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타 유랑 민족들과는 달리 그들 고유의 문화와 종교를 고수하면서 오늘날까지 전래시키는 특별함을 보인다.

2011년 5월 기준 이스라엘 총 인구는 775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중 유다인이 75를 차지한다. 이들의 98가 유다교를 믿고 있다. 정통파 유다인은 20 정도라 볼 수 있으나 이스라엘의 유다인들은 대부분 ‘안식일’(Sabbath)과 같은 유다교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이 유다인들은 1948년 건국 이후 전 세계로부터 이주해 온 ‘이민 유다인’이다. 유럽·러시아·미국·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70여 개국 출신이 뒤섞여 있지만 그들이 공감대를 지니고 있는 것은 ‘유다교’다.

즉 하느님이 자신들을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셨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이라 할 수 있다. 유다인들을 특징 짓는 이 정신은 몇천년 동안 겪어야 했던 역사의 굴곡 속에서, 또 ‘유다인 디아스포라’(Diaspora) 상황에서 유다인들을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으로 견디게 했다. 이같은 종교의 힘이 1948년 독립을 선포한 인구 700만 명의 작은 신생 국가가 건국 60년 만에 세계의 브레인으로 우뚝 솟을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일 것이다. 유다인들이 정신적 뿌리로 여기는 ‘통곡의 벽’, ‘마싸다’ 같은 장소들은 그 배경을 가늠케 하는 실마리를 준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 안에 있는 ‘통곡의 벽’(Western wall)을 월요일 혹은 목요일에 방문할 경우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바르 미츠바’(Bar Mitzvah:율법의 아들)라고 하는 유다인 소년들의 성년식이다. ‘토라’ 두루마리를 안고 가는 소년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서 어른들이 북과 장구를 치며 흥을 돋운다.

기자가 통곡의 벽을 방문한 날에도 한 소년이 친척 어른들의 북소리에 둘러싸여 토라 두루마리를 들고 통곡의 벽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유다교에서는 소녀의 경우 만 12세, 소년의 경우 만 13세가 될 때 토라를 읽고 율법을 지킬 의무가 있는 성년이 되었음을 선언한다.

왜 통곡의 벽에서 일까? 통곡의 벽은 유다인들에게 제1의 성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하느님’을 상징하는 곳이다. 서기 70년 로마 티투스 장군에 의해 성전이 무너진 후 예루살렘에서 쫓겨나야 했던 유다인들은 이후 1년에 하루만 예루살렘을 찾아올 수 있었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다인들은 그날 하루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무너진 성전 벽을 잡고 밤새도록 통곡했으며 다음날이 되어서는 울면서 예루살렘을 떠났다는 역사가 서려있다.

그만큼 통곡의 벽은 이후에도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며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유다인들에게 잃었던 이스라엘 땅을 되찾겠다는 꿈을 상징하는 성소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기도장소가 되고 있다. 그러한 상징적 의미로 인해 독립기념일 같은 중요한 국가 행사나 군인들의 선서식, 결혼식, 성인식 같은 행사들이 이곳 통곡의 벽에서 열린다.

통곡의 벽과 함께 유다인들에게 또 하나의 정신적 고향이 되고 있는 곳이 바로 이스라엘 최후의 항전지 마싸다(Masada)이다. 히브리어로 ‘요새’라는 뜻을 지닌 마싸다는 북사해와 남사해가 갈라지는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BC 40년 경 헤로데 왕이 자신의 피난처로 삼기 위해 물저장 탱크, 음식고, 병기고 등을 갖춰 대대적인 건축 작업을 했던 곳이다.

로마 티투스 장군에 의해 성전이 무너지자 로마에 저항했던 열혈당원과 그 가족 960명은 엘리에젤 벤 야일 장군의 지휘 아래 마싸다로 피신하게 된다. 헤로데 왕이 건축해 놓았던 이곳에 터를 잡은 960명 유다인들은 3년 동안 로마군에 격렬히 저항했으나 함락이 눈앞에 다가오자, ‘우리의 목숨을 우리가 선택하자’는 결의를 한다.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자유로운 의지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결의 용기를 갖자는 것이었다. 남편들이 먼저 가족들의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제비로 10명이 뽑혀 남은 이들을 죽였고, 이 10명은 다시 제비를 통해 한 명을 선출해서 죽음을 택했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은 자결하고 만다. 이 사건은 AD 73년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만 전해져 오다가 최근에야 그 현장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침략자들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또 조국의 명예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죽음으로 저항했던 마싸다의 용기와 정신은 현재를 사는 유다인들에게 이곳을 최고의 성지로 추앙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군인 학생들의 단체 답사가 잦다. 특히 이스라엘 군인들은 훈련을 끝내고 선서식을 할 때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를 외친다고 한다.

지상에서 마싸다 정상까지는 400m 정도가 되는데, 도보로 걷는 길은 꼬불꼬불한 지그재그 형상의 길로 이뤄져 있어 ‘뱀의 길’이라 불린다.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사막길이다. 중·고등학생들을 포함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며 그 길을 걷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여고생 나오미양은 마싸다에 대한 인상을 “자랑스럽다”고 밝히면서 “유다인의 명예를 지키려 했던 조상들의 굳건한 용기와 용맹스러움은 우리들이 영원히 지키고 가꿔 나가야할 훌륭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이스라엘에 가면 호텔 방 입구에 긴 막대 같은 것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메주자’라고 한다. 문설주와 대문에도 말씀을 기록하라는 계명을 받들기 위한 것이다.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어라)은 메주자 안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말씀이다. 전통적인 유다인들은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이 메주자에 입을 맞춘다고 한다. 쉐마 이스라엘이라는 신명기 6장 4~6절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유다인들이 매일 마음에 담는 정신적인 모토와도 같다고 한다. 유다인들이 매일 아침·저녁 두 번 낭송한다는 쉐마 이스라엘의 핵심은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하는 삶의 자세’다. 유다인들에게 이스라엘은 그렇게 하느님께 ‘마음·목숨·힘’을 고백하는 영원하고 거룩한 성전인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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