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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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다문화 대안학교 설립한 가수 인순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 곪은 상처 치료하고/ 미래 개척해 나가도록 도움 주고 싶어요/ 제가 꿈꾸는 것은 이 청소년들이 한국 사람으로 잘 사는 것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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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장르를 불문하고 무대가 있다면 어디서든 청중을 빠져들게 하는 그녀.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체칠리아·56). 무대 위의 그녀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있는 노래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만 무대 밖 그녀에게선 또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 딸을 키워낸,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또 다른 딸들을 품고자 하는, 또 그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녀는 한 사람의 엄마고 한 사람의 신앙인이었다. 무대 밖의 그녀, 신앙인이자 엄마, 인순이를 만났다.



■ 대담 : 마승열 편집국장



▲ 이번에 다문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를 설립해 화제가 됐습니다. 해밀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 이주민 결혼이 늘어나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지금 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중학생 정도예요. 그런데 그 중 많은 아이들이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언어, 가정환경, 친구들의 놀림 등 여러 요인 때문에 학업에 뒤처지고 있어요. 2010년 기준으로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고등학교 졸업률은 25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해요. 초등학교는 놀면서도 다닐 수 있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공부가 발목을 잡고 사춘기를 맞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지요. 해밀학교는 그런 아이들을 위한 학교예요. 해밀의 뜻은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순우리말이에요. 아이들이 곪은 상처를 치료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에요.

▲ 인순이씨에 대해서는 ‘노래 정말 잘하는 가수’와 더불어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는 ‘신앙인 체칠리아’로도 많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번 해밀학교 설립에도 신앙적인 결단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 ‘도대체 내가 아직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히트곡이 많았다거나 유별나게 튀었다거나 활동이 꾸준하기만 했던 것도 아닌데 아직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러면서 기도를 했어요. 저한테 어떤 일을 주시려고 이만큼 세우시는 건지 말씀해 달라고요. 사실 제가 슬럼프였을 때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게 해주시지 않으면 주님께서 쓰실 도구를 놓치시는 거라고 화살기도를 했었거든요. 그러고는 한순간에 올라갔어요.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여기까지 왔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사랑받은 것에 대한 사회 환원을 고민하게 됐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양로원도 생각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볼까도 생각했지요. 그러던 중에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양로원이나 고아원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일이 정말 가슴에 와 닿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해밀학교가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해요.

▲ 다문화 대안학교를 세우겠다는 결심이 인순이씨가 살아오신 과정과 연관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겪는 편견의 시선 같은 건 어떻게 보면 우리 때가 더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감출 수 없어서 오히려 당당히 드러냈는데 한국 사람과 비슷한 아이들이 어쩌면 더 상처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은 아이가 한국 사람이랑 똑같다고 잘 논다고 하지만 그 아이들 안에서 어떤 상처가 곪아 있을지 모르는 거예요. 흉터는 조금 남을지라도 상처를 드러내서 치유해야 하죠.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제가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일이잖아요. 어떤 아이는 여기서 배울 것 다 배워서 자기네 나라로 간다는 표현을 한다고 해요. 그런 아이들을 잡아야 하거든요. 제가 꿈꾸는 것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고, 자존감을 찾아서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거예요. 제게는 롤모델이 없었지만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돼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걸어온 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고 또 아이들의 엄마들에게는 친정이 돼주고 싶어요.

▲ 해밀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는지요.

- 해밀학교는 여학생 24명이 정원이지만 지금은 5명이에요. 제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다고 홍보하면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알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소문이 덜나다보니까 학생보다 선생님이 더 많아요. 하지만 학생을 억지로 채우기보다 오고 싶어 하는 사람만 받으려고 해요.

해밀학교는 공교육과 대안학교의 중간 점이에요. 1~5교시는 반드시 일반학교의 공교육과 똑같이 가르쳐요. 지금은 여기서 공부하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아이들, 아이를 집에서 키우고 싶어 하는 가정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렇게 아이들이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이곳에서 완전히 다른 것을 가르치면 돌아가도 적응할 수가 없잖아요.

교육과정은 학업에 뒤처진 아이들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 과정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기초를 탄탄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해요. 공교육 후에는 음악, 바느질, 노작 등 특성화 교육이 준비돼 있어요. 또 아이들 엄마의 모국어도 가르쳐요. 그래서 엄마와 대화가 되고 엄마 나라에서도 대화가 되도록 하죠.

▲ 가수로서 활동하면서 학교를 준비하시는 데 어려움도 많으셨겠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제 뜻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흘러 흘러 왔어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떤 분이 오셔서 동참해주셔서 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하기도 하고 처음 하는 일이라 지금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개교까지 왔죠.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원도와 마을 주민 분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이번 개교식만 해도 아이들은 5명인데 오신다는 분들은 200분 정도예요. 마을에선 돼지 2마리를 잡고 많은 업체들이 아이스크림, 통닭, 커피, 쿠키 등을 후원해주셨고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스님에 가수 선후배들도 대거 오는데 부대에서 브라스밴드도 온다고 해서 그건 다음 기회에 하자고 말렸을 정도예요.

▲ 얼마 전 「딸에게」라는 책을 내셨는데 그 판매수익금 일부도 ‘해밀학교’ 운영에 쓰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따님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여쭙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 우리 딸은 너무 참아서 안쓰러운 아이, 그래서 미안한 아이, 스스로 성장해서 더 고마운 아이예요. 고등학교때 까지는 함께 살았지만 이번에 대학을 미국으로 가면서 제가 딸에게 직접 엄마로서 역할을 해줄 방법이 없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미국에서 대학 입학식 이후로 한 번도 못 가봤어요. 학교 만드는 일 때문에 갈 시간이 없어서 방학 때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저녁마다 글을 써왔죠. 딸과의 즐거웠던 추억, 싸운 이야기, 네가 생각을 잘하겠지만 내 경험을 보니 이렇더라 하는 이야기를 적었어요. 이 글들을 딸에게 주려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출판까지 하게 됐어요.

▲ 인순이씨의 좋은 뜻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합니다.



가톨릭신문  201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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