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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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3세대가 함께한 2013 DMZ 평화의 길 순례

“내딛는 걸음걸음 모여 영글어가는 통일 염원”/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사연 지닌 200여 명 참가/ 파주~고성 250㎞ 순례길, 함께 격려하며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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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꾸는 통일 한반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초등학생 참가자.
(사진 제공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를 비롯한 순례단들이 자전거를 타고 순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뜨거운 땀이 흐른다. 다리도 아프다. 하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정전 60주년을 맞아 진행한 ‘2013 DMZ 평화의 길 순례’(7월 26일~8월 1일)에 참가한 이들은 한결같은 마음이다.

땀방울과 뼈를 깎는 노력없이는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순례를 통해 알게 됐다. 때문에 순례단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해 함께 걷고, 마음을 나눴다.

걸음걸이마다 한반도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했던 이들의 특별한 순례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는 한 가족

DMZ 평화의 길 순례에는 200여 명이 참가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순례단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갖고 있었다.

엄마의 추천(?)으로 참가한 학생, 편한 휴가 대신 순례길에 오른 직장인, 부부 혹은 가족이 함께한 이들도 있었다. 북녘 땅에 있는 고향을 그리며 참여한 북한이탈주민과 낯선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등 각양 각층의 참가자들로 구성됐다.

달라도 너무 다른 순례단의 첫 만남은 어색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마음의 장벽이 사라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경기도 파주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약 250㎞의 순례길을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면서 어느새 가족이 돼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고 서로를 이끌어 줬다. 덕분에 15㎞를 걷는 4일차(7월 29일) 일정 중 한 명의 낙오자도 나오지 않았다.

남한에 정착한 지 2년째인 북한이탈주민 박현정(가명·유스티나)씨는 “순례에 참여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마음의 장벽은 순례단 사이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60년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비무장지대(DMZ)의 자연은 그야말로 태초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에덴동산’과 다름없었다. 고라니, 말똥게 등 DMZ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친구들도 만났다. 빌딩숲에서만 지낸 순례단에게는 그저 모든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북한마을까지도 친숙하게 느껴졌다.

엄마의 권유로 참가한 한종현(바오로·17)군은 “북한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태풍전망대에서 북한마을을 바라보는 것이 신기했다”며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것들을 보고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1세대와 전쟁 직후 세대인 2세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3세대가 함께하는 유일한 순례이기 때문이다. 순례를 하면서 보고 느끼는 것은 세대마다 서로 달랐을 지 모르지만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함은 하나로 통했다.

DMZ 평화의 길 순례 집행위원장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의미있는 순례길이 됐다”며 “순례길을 걸으면서 어느새 일치돼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6박 7일의 짧은 일정에도 가족의 정을 느낀 순례단은 한반도의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줬다. 마음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배려와 양보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순례단이 몸소 체험한 것. 이는 현재는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 하나가 될 남한과 북한도 금세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값진 경험이었다.

평화의 꿈은 계속된다

평화, 화해, 일치는 DMZ 평화의 길 순례의 화두였다. 순례단은 제2땅굴, 철원 평화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 DMZ박물관 등을 방문하면서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직접 보고 느꼈다. 그리고 과거에 멈춘 줄 알았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역사에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앞으로 평화의 사도가 되겠다는 젊은 순례자도 있었다.

대학생 김화신(안젤라·22)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바로 옆에서 북한을 볼 수 있어서 묘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며 “내 나라와 역사에 대해 무심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순례 5일차인 7월 30일에는 ‘내가 꿈꾸는 통일 한반도’를 주제로 각 조별 발표 시간을 가졌다. 미래 평화세대, 통일시대가 살아갈 한반도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작업을 위해 순례단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각양각색의 의견들을 내놓았다. 이제 통일은 모두의 과업이 된 것이다.

남편과 참여했다는 박인애(브리짓다·55)씨는 “18년 동안 민화위 후원 회원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아주 좋았다”면서 “한국전쟁의 잔상과 DMZ 안의 평화로움을 느끼면서 통일이 내 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정전일을 하루 앞둔 7월 26일 시작된 순례는 8월 1일에 끝났다. 순례 출발점인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200여 명의 순례단은 아쉬움 속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평화의 길 순례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기자에게 순례 소감을 전한 한 대학생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DMZ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제가 그리고 우리 젊은 세대가 평화와 통일의 당위성을 전하는 시작점이 될 거에요. 우리의 평화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가톨릭신문  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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