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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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전통주 빚기 40년 한국민속촌 양조 장인 이정동씨

맑고 향긋한 술 맛 마지막 10% 비결은 ‘하느님’
발효·숙성 등 전 과정 손으로 빚는 전통 방법 고수
‘장인’ 호칭 불구 새로운 연구 매달려 … ‘술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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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나의 혼인 잔치처럼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 ‘술’을 빚고 싶다는 양조 장인 이정동씨.
40년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주님께서 약속한 땅으로 들어가기까지 40년이 걸렸다. 한국민속촌 양조 장인 이정동(베드로·72·수원 원천동본당)씨가 술을 담그는 일을 시작한 것도 올해로 꼭 40년이다. 처음부터 목적지를 알고 떠난 여정은 아니었다. 그저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따라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니 어느덧 ‘약속의 땅’에 도착해 있었다. 험난하지만 항상 하느님께서 불을 밝혀주신 양조 장인 이정동씨의 양조인생 여정길을 함께 걸어가 본다.



“반평생 술과 살았어요. 이제 술이 내 친구에요. 그것도 아는 친구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요.”

이정동씨에게 술은 죽마고우이자 애지중지 키운 금지옥엽이다. 잡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야하는 귀한 자식이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상태를 알 수 있는 오랜 친구와 같다.

그가 술을 빚는 일을 시작한 것은 1974년. 경기도 용인에 한국민속촌이 개장하면서부터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부의주(浮蟻酒·동동주의 한문 표현) 기능보유자 권오수씨 밑에서 술을 배우다, 권씨가 분가한 1993년 뒤로는 쭉 책임을 맡아 술을 빚고 있는 그였다. 지금은 때때로 집에도 못가고 양조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최고의 술을 빚는데 여념이 없지만 사실 처음부터 양조 장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철도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지만 친척과 사업을 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사업이 계획처럼 되지는 않았다. 결국 패배의 쓴 잔을 들이킨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민속촌 양조장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잔심부름에 허드렛일을 하면서 기술을 익혔습니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것처럼 스승께서 저를 수제자로 받아주시더군요.”

최근 전통주를 제조하는 과정도 대부분 기계화 됐지만 사람의 손맛이 바로 술 맛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임을 이씨는 잘 알고 있다.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저마다 맛과 향이 달라져 오묘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전통주의 오묘함을 40년 간 직접 체득한 이씨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다.

“물과 누룩, 물밖에 들어가지 않는 약주도 발효과정을 거치면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인삼향과 더덕향을 만들어내요. 실제로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이 30, 누룩과 재료가 30, 물이 30라고해요. 나머지 10요? 그건 하느님의 뜻이죠.”

‘장인’ 이라는 호칭에 안주할 법도 한데, 이씨는 여전히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술이 나왔다고 하면 버선발로 달려가 마셔보고 방법을 연구한다. 그리고 그가 멈추지 않는 것은 또 하나 있다. 바로 기도다. 깊은 신앙심으로 기도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작업실에 성경과 신심서적들을 놓고 읽고 또 읽는다. 저녁이 되면 조용히 성가를 들으며 그날 독서와 복음을 필사하고 직접 제작한 기도대에서 기도를 한다. 민속촌에서는 그가 가톨릭신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신실한 그의 술이 맑고 청아하면서도 향긋한 맛을 유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하느님께서 10를 지켜주시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술을 빚어 온 것과 신앙을 갖게 된 것이 인생 최고의 자랑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자신의 술이 예수가 처음 기적을 행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눈과 귀, 마음을 모아 술을 빚는다.

“술은 예술과 같아요. 사람들이 작품을 봐주면 좋은 것처럼 제 술을 많은 분들께서 기쁘게 드신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그 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 이정동씨의 한국민속촌 양조장 작업실은 술을 빚는 공간이자 기도 공간이다.
작업실 책장에는 신심서적으로 가득하다.
 


 
▲ 이씨에게 술은 죽마고우이자 금지옥엽이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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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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