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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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중국요리 전문점 ‘블랙앤압구정’

너도 나도 사장님? 수상한 중국집
직원들과 지분 나누는 ‘협동조합형’ 음식점
2년간 설득 끝에 종사자 60%가 공동사장
‘할 수 있다’는 희망 키워 … 2·3호점도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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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장님이 이상해졌어요

“우리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쇼하는 걸 거야!”

채혁(요셉·47·서울 금호동본당) 대표가 어느 날 직원들에게 공동사장이 되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나온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잘나가는 사장이 가진 거라곤 몸뿐인 직원들에게 뜬금없이 자신의 지분을 나눠주겠다며 내놓은 말이니…. 사장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직원 몇이 그렇게 떠나갔다.

그리고 철가방을 든 배달원이 사장이 된, 잘나가는 중국요리 전문점 ‘블랙앤압구정’의 역사가 시작됐다.

동화 속 마음씨 좋은 너구리 아저씨를 닮은 채 대표는 영락없는 장사꾼이다. 그러나 그가 소질을 보이는 장사는 사람 장사다. 사람 마음을 얻기 위해 그가 가장 잘 쓰는 장기가 바로 나눔이다.

“사람 일 가운데는 혼자서는 도저히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럼 천상 함께해야 하는 거잖아요.”

처음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지난 2009년 12월 협동조합형 음식점으로 재탄생하기까지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눔도 끈기와 정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그 사이 자신이 내놓은 지분을 ‘제발’ 받으라며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함께 머리를 맞댄 회의만 서른 차례가 넘는다.

■ 철가방을 든 사장들

‘블랙앤압구정’. 언뜻 중국집 느낌이 오지 않는 상호에도 채 대표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당시 가장 잘나가는 곳의 대명사가 압구정이어서, 검은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중국요리로 우리나라 최고가 되어보자는 뜻을 담았다.

“저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어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고…. 지금은 공동사장인, 배달을 하는 막내 조합원이 매달 300만 원 훨씬 넘는 돈을 가져갑니다. 한마디로 인생이 확 달라진 거죠.”

채 대표와 함께 10년 가까이 일해 온 강태륜씨 말이다.

그렇다고 지분이 작아진 채 대표의 수익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당장 매출이 15가량 늘어났고 덩달아 수익도 커져 나눌 게 더 풍성해졌다. 협동조합형으로 바뀐 뒤 가장 큰 변화는 일을 대하는 직원들의 마음이다. 출자금을 내면 언제든지 공동사장이 돼 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세상을 대하는 자세도 바꿔놓았다. 한 번 들어온 직원은 나갈 생각이 사라진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입사한 막내가 3년차다. 그 사이 ‘블랙앤압구정’을 새로운 삶의 디딤돌 삼아 결혼한 공동사장만 여섯에, 그 사이에서 난 자녀만도 8명이다.

새로운 희망의 진원지 ‘블랙앤압구정’은 2호점(금호점), 3호점(중천점)까지 늘어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새로 분점을 내 나간 사람들 모두 채 대표와 동고동락해온 직원들이자 사장들이다. 인근에 30개가 넘는 중국집들이 있지만 ‘블랙앤압구정’의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채 대표가 그날그날 지역의 소상인들로부터 손수 챙기는 신선한 식재료가 오랜 세월 음식의 풍미를 유지해올 수 있었기 때문.

채 대표는 새로운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조그만 중국집이지만 이를 통해 기쁜 소식을 나누고 하느님 나라를 먼저 살아보잖아요. 협동하는 삶, 어렵지 않아요.”




▲ ‘블랙앤압구정’ 채혁 대표(가운데)와 공동사장인 직원들이 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 대표는 자신의 식당을 협동조합형으로 운영,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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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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