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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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한의학과 생명존중 ④ 유산 후에는 10배의 조리를

찾아올 새 생명에 대한 준비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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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민(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하늘땅한의원 원장)
 
   여성의 일생을 통틀어 딱 한번만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출산 후 산후조리를 꼽는다. 그만큼 산후조리는 여성건강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실제 진료실에서 여성 환자를 만나다보면, 참 아쉬울 때가 많다. 여성 환자들이 호소하는 대부분의 증상들은 바로 임신과 출산시기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생겨난 질병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산후조리는 가장 심각하게 여성의 건강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산후풍(産後風)`부터 시작해서, `무릎으로 바람이 든다`든지 `밑이 빠지는 듯이 아프다`든지 하는 증상도 모두 이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나이 들어 소위 `갱년기증후군(更年期症候群)`이라고 이야기하는 증상들도 이 정확한 산후조리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산후조리와 관련해 많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유산 후 산후조리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는 유산의 경우를 `반산(半産)`이라고 칭하며 정상적 출산보다도 10배 이상 산후조리를 해줘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정상적 출산보다도 훨씬 더 몸을 상하기에, 10배 이상 건강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의외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조선 중종 시대에 실제 있었던 의녀 장금이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였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이야기가 제법 나온다. 필자도 무척 재미있게 그 드라마를 시청했다. 그런데 그 드라마 내용 중에 왕비가 유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사실을 장금이가 밝혀냈는데, 이 말을 전해들은 어의가 "건강한 원자를 얻으려면 10배의 조리가 필요하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쳐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필자는 이 장면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왜냐면, 유산 후에 10배의 조리를 해야 한다는 구절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구절로서, 일반적으로 흔하게 인용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대적으로 장금이 시대가 허준 시대보다 앞서기에, 앞뒤가 맞지는 않지만, 그 고증 부분에 있어서 참으로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어쨌든 만약 유산을 했을 경우, 다음번 출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10배의 조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동의보감」에 수록돼 있으며, 드라마에 인용될 정도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실에서 이 `유산 후 조리`를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대로 출산을 한 경우에는 당당하게 산후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슬프게도 유산을 한 후에 속편하게 몸조리하는 기혼여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 질환들이 끊이지 않고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대로 건강회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시 임신을 시도하다가 소위 `습관성 유산`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러한 경우 반복된 임신 시도와 유산으로 인해, 예비엄마의 건강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날 수 있었던 새 생명의 목숨까지 빼앗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그 해로움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만약 유산을 했을 경우에는 가까운 한의원으로 찾아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평생의 건강을 지켜내는 좋은 방법이 될 뿐만 아니라, 이후에 생길지도 모를 `난임(難姙)`과 같은 질병에서도 벗어나는 방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유산을 한 후에, 양방 산부인과에서 수술이나 처치를 받고나면 조리가 다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손상만 손상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복구하지 않으면, 이후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미혼으로 유산을 한 경우에는 건강관리는커녕 오히려 숨기기에 급급해 심각하게 몸을 해치게 되는데, 의료인에게는 비밀 엄수의 의무가 있다. 한의사도 의료인이다. 그러므로 주저하지 말고 찾아가 건강 상담을 하기 바란다. 이는 내 몸을 위한 일이고, 앞으로 나에게 찾아올 새 생명을 위한 준비와 배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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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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