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명의 문화] 한의학과 생명존중 ⑤ 아이 잘 키우기

약보다 자체회복력 극대화 시켜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장동민(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하늘땅한의원 원장)
  진료실에서 어르신들에게서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옛날에는 한약을 조금만 써도 잘 나았는데, 요새는 왜 이렇게 많이 써야만 듣느냐는 질문이다. 물론 그 분들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겠다. 이 문제와 관련해 동료 한의사들과 의견을 나눠 보았다.

 그 결과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첫째는 옛날 한약재들은 모두 산과 들에서 캐낸 자연산이었는데, 현대의 것은 대부분 밭에서 재배한 양식이어서 효과가 떨어졌다는 분석이었다. 두 번째는 사람이 타고난 건강상태 차이에 관한 분석이었다.

 옛날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곧바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왜냐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병이 있는 아이들은 호적에 올리기도 전에 그만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아서란다. 요즘은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피지도 못하고 지는 생명들이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 선천적으로 허약한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아예 생명을 유지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겨우 생명은 유지하지만 저항력이나 생명력이 현저히 떨어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는 방법이 더욱더 필요해졌다고 하겠다.
 
 「동의보감」에서는 아기를 기르는 열 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 번째 등을 따뜻하게 한다. 두 번째 배를 따뜻하게 한다. 세 번째 발을 따뜻하게 한다. 네 번째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한다. 다섯 번째 머리를 서늘하게 한다. 여섯 번째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일곱 번째 이상한 물건으로 놀라게 하지 않는다. 여덟 번째 울음을 그치기 전에 젖을 주지 않는다. 아홉 번째 함부로 약을 주지 않는다. 열 번째 목욕을 적게 시킨다.

 이 내용을 분석해보면, 등과 배ㆍ발과 위장 계통을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소화를 촉진시켜 성장을 도와주고,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줘 열이나 화가 맺히지 않게 해주려고 했음을 볼 수 있다. 또 아기들에게 가장 흔한 질병인 경기와 젖 먹다 토하는 증상을 막으려고 했음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함부로 약을 쓰지 말라고 한 부분이다.

 옛말에 `남자 열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보다 부인 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고 부인 열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보다 어린이 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이것은 어린이에게는 증상을 묻기 어렵고 맥을 진찰하기 어려워 치료가 더욱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지 그것 때문만으로 약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은 한창 성장기에 있기에 성장 발육하는 기운이 무척 강하며, 질병의 자체회복 능력 또한 대단히 강하다. 따라서 심각하게 위급한 병이 아닌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자기 스스로 병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기가 설사를 한다고 하자. 물론 탈수현상을 일으킬 만큼 위급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부분 장염이라고 일컫는 소화불량의 경우에는 위장(胃腸) 스스로가 자신에게 독소가 되는 물질들을 빨리빨리 무정차 통과시키고 난 다음에는 알아서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즉 미음과 물만 보충해주면 알아서 하루 이틀 만에 낫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또 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여서도 안 된다. 필자는 열이 있으면 체온계를 보지 말고 항상 귀를 만지라고 얘기해준다. 귀를 만져보고 차가우면 몸에 열이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제어하고 통제하는 열이기에 해열제를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만약 귀마저 뜨거우면 빨리 해열제를 쓰라고 한다. 이는 열과 싸우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뜨거운 물체에 손을 데면 무의식적으로 바로 귀에 손을 가져가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고 본다. 물론 시급히 약을 써야 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회복하라고 놓아두었을 때 오히려 질병에 눌려 상태가 악화돼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인체 이상으로 인해 정상적 성장에 방해가 돼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의사나 한의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으며, 한의사나 의사가 치료를 권하는 경우에 한해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건강하게 잘 보살피는 것이 부모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7-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시편 62장 6절
내 영혼아, 오직 하느님을 향해 말없이 기다려라, 그분에게서 나의 희망이 오느니!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