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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생활 속 생명윤리 ② 식물인간과 뇌사의 차이는?

수명 연장 가능한 식물인간과 달리 2주 이내로 심장박동 멈추는 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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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명진(가천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위원회 위원)
 
  식물인간이란 대뇌 기능이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뇌간 기능은 유지돼 있는 상태다. 뇌간 기능이 유지돼 있기에 환자는 눈을 뜨고 깨어 있으며, 수면-각성 주기, 호흡과 심장, 위장운동이 유지된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외부 자극에 대한 의식적 반응은 모두 없어졌지만, 생명유지를 위한 기본적 능력(호흡이나 심장박동, 위장운동 등)만 남아 있는 상태다.

 또 의미있는 의식적 움직임도 없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즉 인지기능이 없다. 단지 외부의 영양공급에 의지해서만 생명이 유지되기에, 마치 식물과 같다고 해서 식물인간이라고 불리고 있다.

 반면 뇌사는 대뇌뿐만 아니라, 뇌간을 포함해 모든 뇌기능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말 그대로 뇌가 사망한 것이다. 뇌사란 직접적 뇌 손상으로 심장정지보다 뇌 기능정지가 먼저 진행된 것을 의미한다. 일단 뇌사 상태가 되면 심장박동이 유지되고 있어도 수일 내로 길어야 2주 이내로 심장박동은 멈추게 된다.

 뇌사는 뇌간기능이 남아 있어 인공호흡으로 수년이상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식물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뇌사에 빠지면 인공호흡기로 일시적 생명유지는 가능하나 대사기능이 저하되어 2주일 이내에 사망한다. 따라서 뇌사 상태에서의 치료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뇌사자의 장기는 장기이식수술 외에 치료방법이 없어 장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1968년 5월 흑인 노동자인 터커는 일하는 도중 공사장에 추락해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그는 즉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두개골 골절과 경뇌막하혈종, 뇌간좌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곧 뇌수술을 받고 이어 호흡곤란을 막기 위해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의사들은 그에게 뇌파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뇌 피질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것을 알고 의사들은 의식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심장이식수술을 기다리는 환자 크렐이 터커의 조직과 일치한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의사들은 터커의 동생 전화번호를 알았지만 그의 가족들 승낙없이 그의 심장과 양쪽 콩팥을 제거했다. 그 후 그의 심장은 크렐에게 이식됐다. 당시 버지니아주에는 죽음이란 `모든 신체 기능의 정지`라고 정의하고 있었음에도 의사들이 독단적으로 심장 및 콩팥을 제거했던 것이다.

 터커는 살인당한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이에 터커의 동생은 이식수술을 시행한 외과 의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의사들은 장기이식에 적합한 장기적출의 필요성과 심폐소생술의 불필요성을 들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했다. 결국 법원은 의사들 손을 들어주었고 이때부터 뇌사는 곧 죽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합법화되고 있다.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장기기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법률의 지나친 엄격화는 장기기증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으로 다가와 오히려 장기기증의 급감을 가져왔다.

 법 시행 전에 뇌사 장기기증자가 162명이었으나 2002년 36명으로 줄어 그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정부도 대안을 마련, 법률을 개정함에 따라 2003년부터 뇌사 장기기증자가 다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장기기증은 낮은 상태다. 스페인은 인구 100만 명당 23명이 기증하는 데 비해 우리는 1.4명이 기증하는 극히 저조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내 장기부족은 많은 장기부전 환자들을 중국으로 떠나게 했다. 중국에서 신장이나 간을 이식받은 국내 환자들 수가 연간 800명에 달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패혈증이나 합병증 등의 부작용과 함께 장기를 매매하는 윤리문제에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려면 장기기증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때에 장기기증 여부를 체크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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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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