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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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 왜 문제인가?

품위있는 죽음 기반 없는 성급한 ‘법제화’ 모순/ 치료중단 기준 애매함 등 문제점 있어, 호스피스 강화와 생명교육이 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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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와 관련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대해 “의료 수가 인상 요구와 연계해 연명 치료 관련 법제화를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완화 치료와 호스피스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올바른 생명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불가침성을 보호하기 위해, 연명치료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죽음까지 기계장치로 묶어두는 ‘죽음의 의료화’가 보편화된 사회현실은 ‘연명치료’와 ‘의료집착’, ‘치료중단’ 등을 구분짓는데 있어 자칫 경제적인 사유를 개입시킬 개연성을 품고 있다.

게다가 인간적인 품위를 지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연명치료의 법제화 등을 논의하는 것 또한 모순이다.

다음에서는 논의 과정에 따라 심각한 인간 생명 훼손을 야기할 수 있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의미와 문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삶의 실존으로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는 의식을 통해 죽음을 잘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의료 집착적 행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기본적인 치료나 간호 행위, 영양 공급 등은 계속돼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고통 정도라든가 여명, 소생 가능성은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연명치료 중단의 문제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치료 중단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즉 누가,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이 부족하다.

우선 ‘회생 불가능한 사망단계’를 판단하는 권리는 기본적으로 의료진의 지식과 양심에 따라 판단된다. 이는 매우 신중하면서도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으로, 명확한 기준이 절실하다. 특히 치료 중단에 대한 가족들의 ‘추정 동의’의 인정 여부는 심각한 문제점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환자 자율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연명치료의 지원 혹은 호스피스 지원 등이 크게 부족해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환자들도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을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회경제적 부담이 생명 연장 조치를 중단시키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왜 법제화를 성급하다고 하는가

삶과 죽음의 문제는 특정한 사람의 이해관계에 의거하거나, 혹은 공리적으로 판단 및 담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명치료 중단 또한 가족의 요청으로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말기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대부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중요 역할을 해야 할 병원윤리위원회도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제화를 요청하는 이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일선 의료현장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제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정 동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연명치료 중단은 이른바 ‘삶의 질’을 다했기 때문에 필요하거나, 고통스럽거나,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선택될 수 없다. 성급한 법제화에 앞서 죽음의 과정에 있는 이들과 가족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올바른 실천 위해 전제돼야 할 것

중요한 것은 각자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잘 정리하고, 용기와 평화를 지니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적 죽음이고 인간적 품위를 갖춘 죽음이다.

이러한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의식과 자유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자신에게 가해질 치료방법의 수용 여부를 미리 밝혀둘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법률은 최소한의 기준을 담고, 그에 따르는 결정은 각 병원윤리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에 대한 치료 지속 혹은 중단의 상황까지 법률이 규정하기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의료적 상황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이 병원이기 때문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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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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