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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양심 지킴이와 양심 불감증 ① 핵무기와 대량 인명 살상

어떤 무기도 정당화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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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애덤 랜자는 어머니 낸시를 쏜 다음 여러 자루의 총을 가지고 초등학교에 가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다. 목숨이 위험한 이 위기의 순간에도 교장 돈 혹스프렁과 심리상담 메리 셜라크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1학년 담임 비키 소토는 용감하게 아이들 사이를 가로 막고 섰다. 결국 이들 모두는 안타깝게도 애덤 랜자가 난사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누군가는 아무 잘못 없는 무죄한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민간인마저도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세상이고, 대량 인명 살상이 가능한 핵무기도 자리하는 세상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1945년 7월 15일 뉴멕시코 주 알라모고르도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했고, 1952년 11월 1일 남태평양 비키니 섬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이후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에서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실험을 했고, 인도와 파키스탄도 원자폭탄 실험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핵무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어떻게 양심을 수호하고 진정한 세계 평화를 구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물리학자 존 로버트 오펜하이머(John Robert Oppenheimer, 1904~1967)는 미국 정부로부터 원자폭탄 개발을 의뢰받았다. 일명 미국의 핵개발 계획인 `맨해튼 계획`이었다. 오펜하이머는 이 요청을 수락했고, 로스 알라모스(Los Alamos) 연구소 소장이 돼 다른 여러 학자들과 함께 원자폭탄 개발에 착수해 마침내 원자폭탄 제조에 성공했다.

 이 원자폭탄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는 `리틀 보이`(Little Boy)라고 불리는 포신형 원자폭탄이 투하됐고, 8월 9일 나가사키에는 `팻 맨`(Fat Man)이라고 불리는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히로시마에서는 9만~16만6000명, 나가사키에서는 6만~8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됐다.

 수많은 사상자 소식에 오펜하이머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죄인들의 양심보다 더 큰 고뇌는 없다"(Nulla est major tribulato quam conscientia delictorum)고 말한 것처럼, 그는 자신이 개발한 원자폭탄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수많은 밤을 불면으로 지새워야 했고 고통과 절망에 한숨짓고 눈물지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 그는 다시 미국 정부로부터 원자폭탄보다 더 강력한 수소폭탄 개발을 의뢰받았다. 그는 이 수소폭탄 개발 계획에 단호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미국의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매국노`로 전락했고 공산주의자로 오인됐으며 모든 공직에서 쫓겨났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부귀와 명예와 권력을 버린 것이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덕분에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했고 36년의 긴 식민지 생활을 청산했으며, 태평양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은 종식됐다. 그런데 우리에게 광복의 기쁨을 안겨 주고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해서 마냥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개발과 투하를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일이었다고, 최선의 방법이었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면 원자폭탄으로 죽거나 다치거나 후유증을 앓는 이들 대부분은 다름 아닌 `사람들`, 더구나 아무 잘못 없는 `시민들`이며, 그들 각자의 생명은 어떤 이념이나 명분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향후 핵무기를 탑재할 발사체 개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기에 더 위험천만한 일로 여겨진다. 분단의 위기 속에 놓인 우리에게 핵무기와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고, 무기 천지는 무법 천지를 야기하며 무고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명을 그 어떤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겨야 할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넘어 전 세계의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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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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