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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양심지킴이와 양심 불감증 ② 일본의 원자력 발전 정책과 독일의 원자력 폐기 정책

독일이 원전 기술을 버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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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독일과 일본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고 항복을 선언했으며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삶을 요청받았다. 과연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똑같은 전범 국가로서 어떤 삶의 길을 걸어왔고 걸어가며 걸어갈 것인가?

 독일은 빌리 브란트 수상,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통해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가 저지른 침략과 만행을 공식적으로 수없이 정중하게 사과했다. 독일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주변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위해 정치적 전략을 가지고 사과하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지만, 여하튼 독일은 국가적 차원에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했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그들은 아직도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았고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았으며 충분하게 보상하지 않았다.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현 총리)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전쟁 범죄자들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강행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를 넘보며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대조적인 모습은 원자력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원자력 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일본은 원전 보유수 세계 4위에 핵 처리 시설까지 갖춘 핵 선진국으로 부상했으며 10t의 플루토늄을 비축해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다음으로 핵무기 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됐다.

 일본은 54기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3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향후 1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54기 원자력 발전으로 일본 전력 소비량의 30 이상을 해결하고, 향후 68기를 가동해 더 많은 전력을 원자력 에너지로 해결할 예정이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 피해와 지구 생태계 파괴를 야기했는데도,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현 총리)가 취임을 앞두고 다시금 원자력 발전소의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역시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원자력 발전 정책을 추진해 원전 강국이 됐다. 그런데 독일은 1986년 4월 26일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주자가 발생하고, 장애아가 출생하며,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소련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직접 겪으면서 원자력 발전소가 갖는 위험성을 각성하게 됐다.

 더 나아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애쓰는 녹색당이 1998년 총선에서 사민당과 함께 연립 정부를 구성하면서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독일 정부는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는 폐기하며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 역시 원전 수명 내에 폐기한다는 탈원전 정책을 입안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갖춘 독일이 이를 기꺼이 포기한 것이다.

 대신 독일은 새롭게 태양력, 풍력, 바이오 등을 이용한 친환경적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다. 물론 2009년 기민당과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일부 수정해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마저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본래 예정보다 더 앞당겨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으로 변경했다.

 원자력 시대를 대폭 단축하고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며 탈원전 정책에 기반해 생태계 보존과 인명 피해 없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주력했던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를 점차 줄여 나가고 대신 태양력, 풍력, 바이오 에너지를 늘려 나가는 정책을 입안했고, 독일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동참해 세금을 더 내고 에너지를 더 절약하면서 관련 예산을 충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리, 월성, 영광, 울진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원전 보유 세계 5위의 원전 강국으로, 삼척과 영덕에도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예정이다. 그러나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원전 산업은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인명 피해와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위험천만한 산업이다. 우리도 녹색 성장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독일처럼 건강한 지구 생태계에서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의 권리와 사고 없이 안정된 삶을 살아가야 할 현 세대의 권리를 위해 원자력 에너지 대신 태양력,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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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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