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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양심 지킴이와 양심 불감증 ③ 생체 실험과 인간 양심

''연구''와 ''돈''앞에 마비된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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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는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생체 실험을 했다. 나치는 히틀러의 명령으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인간이 어느 압력까지 견딜 수 있는지 알기 위한 감압 실험, 어느 저온까지 견딜 수 있는지 알기 위한 냉동 실험, 각종 질병의 치료법을 알기 위한 말라리아와 발진티푸스 등의 전염병 실험, 독가스와 독극물 실험, 박테리아 실험, 뼈, 근육, 신경 이식 실험, 쌍둥이 실험과 안락사 실험 등을 실시했다.

 일본 제국도 이 당시 731 부대 등에서 일명 `마루타`라고 일컬어지는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일본 제국은 히로히토 일왕의 명령 하에 질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의 치료법을 알고 무기를 실험하며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기위해 군인이나 민간인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취없이 온갖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뇌, 심장, 폐, 간, 장, 식도 등 인체 각 부분을 제거 또는 절단하거나 이식했고, 피부를 산채로 벗겨냈으며, 생식기를 절단해 성(性)이 다른 사람의 국부에 이식하는 성전환 수술도 했다.

 전염병이나 성병 연구를 위해 수용자에게 매독, 임질을 감염시켰고, 질병 전파 벼룩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수용자에게 벼룩을 감염시켰으며 세균전의 유용성을 연구했다. 인간의 생존 여부와 생존 시간, 인체의 부패와 괴저의 정도를 알기 위해 목을 매달거나, 동맥에 공기를 주입하거나, 물과 음식을 전혀 주지 않거나, 고압, 극저온, 진공 상태에 놓았고, 인체 수분 함량 비율을 알기 위해 원심 분리기에 넣어 돌리기도 했으며, 소총, 수류탄, 폭탄, 화학 무기 등 무기 성능 실험도 했다.

 실험 대상자는 성인 남자와 여자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영아, 임산부도 있었고, 한국인, 중국인, 몽골인, 러시아인, 일부 미국인과 유럽인 등 연합군 전쟁 포로도 있었다. 이러한 생체 실험으로 1만 여 명, 생화학 무기 실험으로 3만 여 명, 전염병으로 40만 여 명의 중국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반인륜적이고 끔찍한 범죄가 과거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버젓이 그릇된 사상과 이념, 국가관에 의해, `연구`와 `돈`을 목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중국의 인권 운동가와 망명가들을 통해 미국 정부에 보고되고 국회에서 증언되며 매체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사형수, 종교인, 반체제 인사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고 있다. 종교인 중에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많은데, 1999년 7월 20일 이후 파룬궁 소멸 정책에 따라 약 300만 명의 수련자가 강제노동 수용소와 감옥에 투옥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약 6만 5000명의 수련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를 적출당하고 사망했다.

 일부 탈북자의 증언의 따르면, 북한에서도 생체 실험이 자행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정치범이나 반체제 인사들을 대상으로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독극물, 독가스, 질식가스 실험을 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21세기 우리 사회에서도 `돈` `건강` `연구` `출산`을 목적으로 장기가 매매되고, 유산아, 사산아, 낙태아로 만든 인육 캡슐이 판매되며, 배아가 매매되고 있다.

 생체 실험을 명령하고 그 명령에 따라 생체 실험을 주관한 이들은 실험 전에도 전혀 양심의 갈등을 느끼지 못하고 실험 후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양심`이란 없는 것일까?

 한 탈북 여의사는 생체 실험에 참여하면서 실험의 대상자가 중범죄자나 반역자일 것이라고 가정했고, 단순히 사람을 살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초의학의 생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한 연구라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으며, 애써 위법이나 인간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었고 죄책감을 떨치기 힘들었으며 어느 순간 실험대 위에 누워있는 이가 단순히 피실험물이 아니라 고통과 배고픔을 느낄 줄 아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영혼에 깊이 남았다고 회고한다.

 인간은 누구나 양심을 갖고 있다. 양심은 흔히 "어떤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이나 판단"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이런 양심은 극한 상황에서는 아무런 기능이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은 정말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에 대항해 자신의 양심을 수호할 힘을 가지지 못한 것일까? 인간의 양심은 그렇게 무의미한 것일까? 인간은 그렇게 무기력한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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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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