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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양심 지킴이와 양심 불감증 ④ 임상 시험과 생명권

생명권 직결딘 임상 시험 안전망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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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1932년부터 1972년까지 40년 동안 미국 터스키기에서는 매독 실험이 진행됐다. 피험자들은 매독에 걸린 가난하고 글을 모르는 흑인 399명이었다. 피험자들은 자신들의 병에 대한 진단을 받지 못했고 실험 내용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실험에 동의하지도 않았다.

 실험 주관자들은 미국 정부 기관인 공중보건원 지휘 아래 매독의 진행 상태를 연구하기 위해 피험자들이 아파도 치료를 하지 않았다. 또 지역 내 병원에 치료를 못하도록 조치해 놓았으며 치료약이 개발됐는데도 투약하지 않았다. 결국 매독으로 28명이, 복합 증세로 100명이 사망했다. 기혼여성 40명이 매독에 감염되고 어린이 19명이 매독에 걸려 출생했다.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에서 12만 건의 임상 시험이 실시되고 있으며 대부분 예산 감소를 위해 중국, 인도, 태국 등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1년 영국 일간지는 인도에서 2005년 의약실험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머크, 엘리릴리 등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미성년자, 장애우, 문맹인, 빈민, 부족민 등 인도인 15만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명시적 동의 없이 최소 1600건의 임상 시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피험자들은 어떤 실험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의사의 권유로 참가했고 미성년자들은 부모의 동의 없이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173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임상 시험 알바`만 검색해도 여러 사이트가 나오고, 거기서 쉽게 `생동성 시험`이나 임상 시험 모집 공고를 찾아볼 수 있다.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이기에 대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참여한다.

 생동성 시험이라 일컬어지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이미 안전성이 입증돼 시판되는 기존 약품과 복제 약품의 효용성을 비교 분석하는 시험이다.

 약품의 경우 일정한 특허 기간이 지나면 다른 제약 회사에서도 같은 성분의 복제 약품을 개발하고 시판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제약 회사들이 복제 약품을 개발해 시판하기 전에 먼저 기존 약품과 비교해 복제 약품의 효용성을 점검하기 위해 실험을 한다. 대개 두 주기에 걸쳐 실시하는데 첫째 주기엔 기존 약품을, 둘째 주기엔 복제 약품을 투약해 그 효용성을 비교 분석한다.

 반면 임상 시험은 새로 개발한 신약에 대한 실험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도 참여한다.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관련 신약이 개발되면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실험에 참여하기도 한다.

 임상 시험 아르바이트는 인기 직종의 하나로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 위험 부담감이 있지만 짧은 시간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벌 수 있는 고소득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동성 시험이나 임상 시험 모두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험성은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며 결코 침해돼서는 안 되는 `생명권`과 직결돼 있어 쉽게 실험 참가를 권유하거나 강요해서도 안 되고 쉽게 실험에 참가해서도 안 된다.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이후 피험자의 자유로운 동의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뉘른베르크 강령이 만들어졌고, 1964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 의료 연구와 관련해 의료진에게 지침이 되는 권고 사항을 담은 헬싱키 선언이 채택됐다. 터스키기 매독 연구 이후에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연구 윤리 강화를 위해 벨몬트 보고서를 내놓았고, 2005년 유네스코는 `생명윤리와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을 채택했다.

 교황 비오 12세(재위 1939~1958)도 새로운 실험이나 연구가 윤리적으로 정당하려면 의학의 유익, 치료받는 환자 개인의 유익, 공동체의 유익, 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환자의 동의에 기초한 실험과 연구를 강조했다.

 임상 시험을 할 때에는 사전에 먼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윤리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윤리적 자질과 양심적 소양을 겸비한 연구자들이 실험을 주관해야 하며 실험으로 인한 고통이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실험 주관자는 피험자에게 실험의 목적과 방법, 실험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그들의 자발적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며 자발적 동의가 불가능한 사람을 실험에 참가시키면 안 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임상 시험이 피험자의 권리ㆍ안전ㆍ복지를 보호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임상시험위원회를 설치해 관리 감독하고 정기적으로 연구윤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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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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