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우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 박 정 우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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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한국 교회는 낙태 반대와 모자보건법 폐지, 인공피임 반대와 자연출산법 보급 등의 운동을 벌여왔지만 1990년대까지는 생명 수호 문제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강력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국민 전체의 정서가 반생명적이었기에 소수의 노력만으로는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주교회의에서 1995년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의 권고로 `생명의 날`을 제정하고, 1997년 주교회의에 생명윤리위원회가 설치되고, 2003년 주교회의 생명31운동, 그리고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2005년 10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교계 차원의 생명 운동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본당과 일반 신자들에게는 생명수호 운동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또한 미국 주교회의는 1972년 이래로 매년 10월 첫 주일을 `생명존중주일`(Respect Life Sunday)로 정해 생명 미사와 유인물 등을 통해 낙태 등 생명을 파괴하는 현실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생명을 수호하는 교회의 가르침을 모든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사목계획서는 특히 본당마다 `생명수호위원회`를 설치해 보다 조직적으로 생명 수호 활동을 하라고 촉구한다. 즉 이 위원회는 교구가 정한 연례행사인 생명존중주일이 본당에서 잘 이행되도록 책임을 맡고, 본당 교육 프로그램에 이 날의 주제를 다루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본당 내에 임산부 상담 및 포괄적인 지원 서비스, 낙태한 여성들이 상담하고 화해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며, 가능하다면 임산부와 그 자녀들을 위한 본당 단위의 사목을 개발하는 역할도 한다. 말기환자와 임종자를 돕는 일, 장애인, 사형수 등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와주는 일도 할 수 있다.
또한 이 위원회는 선출된 공직자들로 하여금 생명을 존중하는 입법과 정책을 시행하도록 전화걸기, 엽서 보내기, 팩스나 이메일 보내기, 편지쓰기 등의 운동을 하고, 타종파와도 협력하여 생명수호 활동을 할 수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도 본당 차원의 생명수호 활동을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각 본당마다 `생명수호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생명수호 활동을 담당할 책임자를 정하고 교구와 연계해 신자 재교육, 예비자, 견진 교리, 주일학교 등에서 생명 교육을 보다 많은 신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조직화해야 효과적인 생명수호운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생명존중주일`처럼 각 교구마다 매년 모든 교구민 전체가 생명을 경축하고 생명 수호를 다짐할 수 있는 주일을 정해야 한다. 현재의 생명의 날은 일 년 중 가장 행사가 많고 겹치는 5월 마지막 주일로 정해져 있기에 생명수호주일로 적합지 않고 본당차원에서도 대부분 별로 관심이 없이 그냥 지나치고 있다. 가능하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행사와 전례를 거행할 수 있는 새로운 날을 생명수호주일로 공식 지정해 모든 본당이 함께 성대하게 생명의 복음을 경축하고 생명수호를 다짐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