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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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 첨단의료 현장]-(9)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완화의학과

고통의 두려움 대신 편안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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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암치료에 항상 동반, 우리나라 초기 단계
국내에선 처음으로 완화의학과 신설, 통증조절 도와
죽음보다 더한 고통ㆍ두려움 줄이고 환자 삶 질 높여


   #1 = 진행성 위암을 선고 받은 박 모(47·여)씨는 성공적으로 위 절제수술을 마쳤다. 다른 신체적 문제가 없어 항암치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구토가 너무 심한 탓에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1차 항암치료 후 환자 스스로 치료를 포기했다. 그 후로도 박씨는 계속되는 구토증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2 = 한국인 4명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매년 약 11만여 명의 암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이중 6만5000명은 결국 사망한다. 말기암환자들은 대부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조차 지키지 못한 채 죽음을 맞고 있다.

   암이 두려운 이유는 사실 암보다 더 고통스러운 합병증과 후유증이 원인이다. 암환자들은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통증이나 구토, 우울증이 더 고통스럽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사장 홍영선 교수)가 최근 암환자 3245명(63개 의료기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8가 `수명 연장`보다 `통증 감소`를 원할 정도로 환자들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암환자들은 신체적으로 통증, 식욕부진, 호흡곤란, 구토, 불면, 전신무력감 등 증상에 시달리며, 정서적으로 심각한 불안, 우울, 분노, 슬픔 같은 증세를 보인다. 또 죽음 앞에서 두려움, 죄책감, 고독, 절망감, 가족에 대한 부담 등 영적고통에 직면한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의 투병 의지를 꺾고 불안과 우울증에 빠뜨려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래서 암환자의 통증조절 및 증상 관리를 돕는 완화의료는 가장 중요한 치료의 일환이다.
 미국의 경우 암 환자를 항암제로 치료하는 종양 전문의와 통증을 치료하는 완화의학 전문의가 함께 진료한다. 종양 전문의가 암의 진행과 전이를 막기 위한 치료에 중점을 둔다면 완화의학 전문의는 환자의 통증을 줄여 주고 증상에 대한 전문 치료 및 심리적 안정을 책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암환자를 위한 완화의료 체계는 아직까지 초보적 단계. 때문에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 홍콩, 싱가포르 등이 시행하고 있는 `완화의학 전문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은 지난 9월 완화의학 전문의를 초빙, 완화의학과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암 진단 시점부터 치료 도중, 그리고 완치 후까지 연속적으로 질병과 치료에 따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 조절을 돕는 진료과를 별도로 설치한 것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강남성모병원이 처음이다.
 완화의학 전문의는 종양학과 전문의와 함께 환자를 치료하다가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을 때는 호스피스와 더불어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면서 임종을 맞도록 도와준다. 즉 질환의 초점을 완치에 두는 것이 아니라 증상 조절 등 완화에 두고 있다. 완화의학과는 또 흡연, 음주,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암 발생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교정해 암의 재발과 2차암 발생을 예방한다.
 완화의학과 초대 과장으로 부임한 염창환(빈첸시오 아 바오로, 38) 교수는 완화의학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당시 호주에 건너가 아델라이드 플린더즈의대에서 연수를 받은 완화의학 전문의다.
 염 교수의 전문분야는 호스피스, 암환자 관리, 림프부종. 특히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암환자들의 최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붓는 이른바 림프부종을 간단하게 제거하는 수술법(부종 부분감압 흡입술)을 개발한 림프부종 전문가다.
 염 교수는 "지금까지 암환자들이 적절한 완화의료를 받을 수 없던 탓에 합병증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검증되지 않은 대체의학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전문적 증상관리로 암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염 교수는 특히 암환자를 위한 완화의료에는 의학적 치료와 함께 정서적 돌봄이 필수"라며 "국내 최초의 병동형 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강남성모병원이야말로 완화의료를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병원"이라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완화의학 전문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2006년 병원에 휴가를 내고 자신이 돌보던 말기암환자를 모시고 캄보디아에 다녀온 것을 꼽는다.
 "그 환자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른 심각한 상태였지만 한국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캄보디아에서 부제품을 받는 아들의 서품식에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하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도저히 먼 곳까지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더 이상 말릴 수 없어 제가 직접 모시고 갔죠."
 회진 시간에 `내가 오늘 이 환자에게 어떻게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한다는 그의 말에서 천상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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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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