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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존엄사'' 논쟁과 적합한 언어사용의 중요성

자연스런 죽음 VS 인위적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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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와 식물인간 ㆍ안락사와 존엄사 의미 구분해야
 

 
▲ 우 재 명 신부(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11월 2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는 식물인간상태에서 연명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이 되었으며,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찬반론이 뜨겁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용어 혹은 개념 사용이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보면, `뇌사` 상태와 `식물인간상태`가 혼용되어 사용하고 있으며, 안락사와 존엄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음을 본다. 언어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개인은 각각 다른 윤리상황을 상상하게 되며, 그에 따른 윤리적 판단도 달라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몇 가지 용어 사용에 대해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뇌사상태와 식물인간상태는 구분해야 한다. 뇌사는 대뇌, 소뇌, 뇌간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소멸된 것이다. 그에 반해, 식물인간상태는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뇌간은 기능을 하고 있는 상태다. 뇌간은 인체에서 생명을 주관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에 식물인간상태의 경우 필요한 수분과 영양이 공급되는 경우 일정기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안락사와 무의미한 연명치료중지는 구분해야 한다. 언론보도를 보면, 안락사란 질병에 의한 자연적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환자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투여해 죽음을 야기시키는 행위이다. 그에 반해 존엄사는 안락사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생명의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하지만 안락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하고 있기에 존엄사라는 용어 사용은 자칫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존엄사 대신 `무의미한 연명치료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서울서부지법의 이번 판결이 모든 식물인간상태의 환자들이 치료를 중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대개의 식물인간상태의 환자들은 호흡중추가 있는 뇌간이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이 환자의 경우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경우인데, 문제는 인공호흡기 사용이 생명의 소생가능성 없이 환자에게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톨릭교회는 안락사를 "모든 고통을 제거하고자 고의로 죽음을 가져오는 행위 또는 부작위(不作爲)"로 이해하며, 이러한 모든 경우의 안락사에 반대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연명치료중지를 안락사로 보지는 않는다. 교황 비오 12세의 통상적 치료수단과 비통상적 치료수단의 구분에 의하면, 수분공급, 영양공급, 기본적 간호 등과 같이 반드시 필요한(통상적) 치료수단은 환자 자신이나 의사에게 의무적이지만, `예외적인`(비통상적) 치료수단의 사용은 정당하나 의무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만을 제공하는 환자의 인공호흡기 사용은 비통상적 치료수단으로써 정당하나 의무적이지는 않다. 생명의 소생가능성도 없이 인위적으로 환자의 고통만을 연장시키는 것은 `의료집착`이며, 이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지는 안락사가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연명치료 중지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예외적 치료수단의 제거 후에도 생명유지에 기본인 영양과 수분공급 그리고 기본적 간호를 계속 공급함으로써 환자 고유의 존엄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질병으로부터의 불필요한 고통제거이지만, 가톨릭교회의 관심은 죽음을 앞둔 환자가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인의 존엄성을 지닌 평화로운 죽음을 통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Hodie mich, cras tibi"(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음은 지상실존의 종결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문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사실상 이미 죽은 환자에게 부착되어 있는 인공호흡기의 제거는 그를 평화 속에 떠나보내는 것이다"고 언급하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는 말기환자가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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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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