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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산부인과 의사들 ‘낙태근절 선언’ 내용과 의미

사라지는 태아들 …, 임신부는 많지만 출산율은 바닥, 의사·정부·국민 모두 낙태 방관하는 공범자, 임신·출산·양육 지원이 여성 인권 향상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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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장 겸 교구연수원장 송열섭 신부(가운데),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근절운동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2000년대 등장한 저출산 퇴치를 위한 포스터. -
 

 
▲ 1980년대 등장한 산아제한 포스터.

▲‘나부터 처벌하라!’

30~40대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소속, 이하 진오비(gynob, gynecology obstetrics의 줄임말))이 낙태근절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사회 각계의 눈이 이들에게 쏠렸다. 인공임신중절(이하 낙태), 특히 97에 달하는 불법 낙태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지만 숨기기에만 급급해온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이다.

낙태근절에 참여한 의사들은 11월 1일부터 낙태시술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히고, 성명서에 이어 대국민 호소문과 결의문을 내놓았다. 성명서에서 의사들은 가장 먼저 그동안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청했다. 이어 “사회 경제적 사유와 태아 이상으로 인한 임신 중절은 현행법상 모두 불법 낙태’라고 강조하며 엄정한 법 집행과 낙태근절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이러한 의사들의 희생적인 행보는 단순히 낙태시술을 하지 않는 이벤트성 선언이 아니라, 불법 행위 자체를 없애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의 하나로 더욱 의미가 크다.

사회 각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낙태 근절을 위한 보다 실천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오랜 시간 낙태 근절과 생명수호에 앞장서왔지만, 범국민적인 실천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교회는 보다 능동적이고 발 빠른 지지와 동참에 나섰다.

정진석 추기경의 지지 격려사에 앞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위원장 장봉훈 주교도 10월 29일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올바른 생명보호 정책과 법 제정, 의료수가 현실화, 올바른 성교육 등의 실현을 촉구했다.

우리사회의 낙태는 의사들의 자기합리화와 사회각계의 무관심, 정부의 무대책에 맞물려 수십년간 방치돼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의사들이 먼저 나섰다. 이들의 발걸음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 비뚤어진 가치관, 지나친 불감증

“1970년대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낳아 잘기르자’. 1980년대 ‘한 가정 사랑가득 한 아이 건강가득’. 1990년대 ‘선생님 착한 일 하면 여자짝꿍 시켜주나요?’,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없는 우리세대’. 2000년대 ‘한 자녀보단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합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등 정부 기관에서 연대별로 제시했던 출산 관련 표어들이다. 정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낙태시술법을 피임법으로 지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엔 저출산 때문에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아이를 낳으라고 아우성이다.

신생아 대비 최고의 낙태율을 보이는 우리 사회의 낙태 실태를 한눈에 드러내는 통계자료를 들여다보자.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자료로는 지난 2005년 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가 유일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해 시술건수는 34만 2433건으로 추정됐다. 2005년 출생아 수는 43만 5031명이었다. 고임신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 양산되는 이상한 결과는 바로 낙태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시술 대상자 중 42는 미혼자였다. 특히 미혼의 96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기혼의 76.7는 자녀를 원하지 않거나 원하는 성별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술을 했다. 게다가 15세 미만은 물론 45세 이상까지 가임기의 전 연령층에서 낙태가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 낙태시술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낙태시술을 해도 건강보험공단 기록에 남지 않는다. 병원 등의 너그러운(?) 배려 때문이다. 낙태시술 관련 정보를 찾는데 장애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에서는 병원간판을 걸고 낙태시술 홍보를 한다. 임신주수별 수술비용에서부터 추천 의사 명단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진오비의 성명서 발표 직후 진행된 KBS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7가 불법 낙태시술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현재 합계출산율은 1.1대다. 1970년대 합계출산율은 4.5였다.

▲ 의사·정부·국민 모두가 불법 저지르는 공범

사회 전체가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그릇된 행위다’ ‘낙태 문제를 공론화해서 해결점을 찾아야한다’는 입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행동은 정반대다.

우선 의사들은 낙태와 관련해 “‘나 같아도 낙태를 결심하겠다’, ‘불쌍한 여자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부 의사



가톨릭신문  200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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