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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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걸고 생명 살리겠다는 의사들에게 박수 보냅니다

10년간 낙태 반대 운동 펼친 차희제(토마스)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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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여 년간 낙태 반대를 외쳐온 차희제(산부인과 전문의)씨는 진오비의 용기 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내면서 정부를 비롯한 각계가 진오비의 낙태 근절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
 

   차희제(토마스, 54) 하늘스포츠의학크리닉 스포츠4과 과장은 가톨릭교회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생명 운동가다. 특히 낙태를 뿌리뽑자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차씨가 뜬금없이 스포츠의학 전문 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결국은 낙태 반대 때문이다. 산부인과 개업의로서 낙태를 하지 않고 버틸 만큼 버텼으나 분만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불가능했고, 결국 2003년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10여 년간 교회 안팎에서 산부인과 의사로는 드물게 낙태 반대를 목청껏 외쳤던 차씨는 최근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를 모임`(이하 진오비)이 낙태 근절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고, 할말도 많지 않을 수가 없다.

 차씨는 "지난 10년 가까이 주장해온 것들이 허공으로만 흩어진 것이 아니라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통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또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소장파 산부인과 의사 700여 명으로 이뤄진 진오비가 올바른 생명문화 정착을 위해 낙태 근절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기적 같은 일입니다.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산부인과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차씨는 "현역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신의 생계와 직결된 낙태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은 현대판 `순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진오비의 용기 있는 행동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차씨는 "낙태를 하지 않으면 병원 운영이 어려운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먹고 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이 주장하는 낙태 반대, 생명 수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행동이 그만큼 숭고하다는 뜻이다.

 대다수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낮은 의료보험 수가다. 정상 분만만으로는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입을 위해서는 낙태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차씨는 "산부인과 만큼 저수가의 피해를 당하는 과가 없다"면서 산부인과의 현실과 저수가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산부인과는 다른 과와 달리 한꺼번에 산모와 태아, 두 명의 생명을 다룹니다. 그리고 분만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료보험 수가는 매우 낮습니다."

 분만실을 운영하자면 당직의사, 입원실, 수술실,주방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지만 분만을 하지 않고 낙태만 할 경우 간단한 수술실 하나만 있으면 되는 상황. 차씨는 "며칠간 온갖 고생을 다하는 분만 1건의 수입과 손쉽게 끝나는 낙태 2건의 수입이 같은 현실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쉽게 낙태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이는 정부가 분만하지 말라고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정부는 산부인과 수가가 매우 낮게 평가됐다는 것을 알지만 국민들 세금 부담 때문에 수가를 올리지 못한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산부인과는 불법 낙태로 먹고 살 수 있으니 안 올려줘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낙태하는 의사에게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낙태죄에 걸리지 않을 의사가 거의 없습니다."

 차씨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을 테니까 낮은 수가에 불만 갖지 말라는 식의 분위기는 우리나라 산부인과의 왜곡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면서 낙태를 방임하는 산부인과 저수가 정책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진오비의 낙태 근절 운동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정부와 외부 단체의 지원이나 약속도 없는 상태에서 낙태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수가를 올려주면 낙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낙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산부인과 의사 전체의 동참을 요청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십자가를 스스로 짊어졌다.

 차씨는 "낙태를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다른 과로 전과하지 않고 분만실을 지킬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함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먼저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했다.

 "불법 낙태에 대해서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낙태하는 병원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분만에 대한 의료수가를 올리고 분만병원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산부인과가 낙태를 하지 않고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합니다."

 차씨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과 낙태 근절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사안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낙태 근절 운동에 저출산 문제 해결에 쓰는 돈 만큼의 예산을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생명은 결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낙태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확고한 생명의식을 가지기를 희망했다.

 "절대 가치인 생명을 수호하는 데 국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성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낙태를 지지하는 일부 여성단체들은 낙태한 여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모릅니다. 얼핏 보기에 축복받지 못한 생명일지라도 모든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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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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