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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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13) 근사(近死) 체험

죽음 언저리에서 배운 사랑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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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과 배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림은 `은총받은 이들의 승천`(히에로니무스 보슈 작품, 16세기)
 


죽음을 체험한다?
 황당한 소리로 들릴 것이다. 물론 죽음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는 없다.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기 때문이다. 다만 큰 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가 돌아온, 즉 근사(近死)체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 이후 세계를 짐작해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들의 체험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많이 진척된 상태다. 죽음 언저리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그들의 체험담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죽음 이후 세상을 희미하게나마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근사체험 연구가들의 주장이다.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와서다. 레이몬드 무디라는 미국 의사가 1975년에 출간한 「잠깐 보고 온 사후 세계」(Life after life)라는 책이 촉매제가 됐다. 그는 150여 명의 근사체험자들을 만나 면담한 결과를 정리해서 이 책에 담았다.

 근사체험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1980년 미국의 케니스 링이 「Life at Death」를 출간함으로써 본격화된다. `죽음의 5단계`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사후생(死後生)-죽음 이후의 삶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근사체험 연구서다. 우리나라 학자가 지은 책으로는 「죽음, 또 하나의 세계」(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근사체험은 통상 체외이탈→터널 통과→새 세상 도착→빛과 만남→삶의 회고→장벽과 만남→육체로 복귀라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체외이탈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사람의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 자신의 몸이나 주위 사람들을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체험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 때 부상당한 미국 병사들이 이 체험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을 빠져나온 영혼은 캄캄한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터널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영혼이 터널을 지나면 매우 밝고 영롱한 새 세상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이 세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밭 등을 보고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서 영혼은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세상에 도착한 것을 깨닫는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적 안내자와 만남이다. 이 안내자는 아주 밝은 빛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빛의 존재`라고 부른다. 많은 근사체험자들은 이 빛의 존재와 만나 편안한 사랑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 빛은 흔히 인간 형상을 띤다. 형상은 예수와 마리아, 부처, 보살, 먼저 죽은 조상 등 매우 다채롭다.
 빛의 존재를 만난 영혼은 자신의 삶을 회고하게 된다. 한평생을 살면서 특히 자신이 잘못했던 일들을 회고하는데, 자신이 해를 끼친 상대방 입장에서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를 철저하게 깨닫는다.

 빛의 존재는 시종일관 심판이 아닌 사랑으로 영혼을 대한다. 근사체험을 한 사람이 다시 살아나서 완전히 다른 새 사람이 되는 것은 이 빛의 존재와의 만남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조건적 사랑이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근사체험자는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진리를 익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체험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삶에는 분명한 소명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혼은 마지막 단계에서 장벽과 맞닥뜨린다. 이 장벽을 넘어가면 완전한 저 세상이다. 강이나 사막, 바다 등 형태로 나타나는 장벽 앞에서 영혼은 다시 육체로 돌아온다.

 근사체험자들은 죽음(정확히는 죽음과 저 세상 사이)을 체험한 후 그때까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물질적 풍요나 주변 평가 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이 보고 온 죽음 넘어 세계에서는 그런 것들이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과 배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근사체험자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참다운 지혜를 쌓는 일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근사체험자들이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죽음은 자신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가 아닌 영적 존재로 태어나는 것임을 믿는다. 또 사후세계에서는 이 세상에서 결코 맛볼 수 없는 엄청난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근사체험자들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근사체험자들이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은 체험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케니스 링은 빛의 존재와 만날 때 체험하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떤 비난이나 심판도 없다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있다 △완전한 사랑을 받는다 △이미 용서받았다. 근사체험자들이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종교가 없음에도 그들의 공통된 체험은 이처럼 그리스도교적 색채가 강하다.

 근사체험을 꿈이나 산소 결핍증 등에서 비롯된 환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근사체험의 진실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근사체험을 꿈이나 환상으로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례들을 이에 대한 반증으로 제시한다. 물론 근사체험을 과학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환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분명한 것은 근사체험자들 삶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들이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축복으로 여기게 됐다는 사실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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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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