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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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와 유족에 대한 사목적 배려 필요하다

일본교회는 자살 문제에 적극적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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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자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기에 사목적 배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나, 아니면 죄가 막중하더라도 여전히 하느님 자비와 용서를 필요로 하는 영혼이기에 포용해야 하나.

 자살 문제를 주제로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 일본의 고다 가즈오 주교가 예민하지만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화두를 한국교회에 던졌다. 자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사목적 배려 문제다.

 그는 "일본교회는 그동안 자살에 대해 차갑게 심판하는 사람처럼 행동해온 점을 반성하고, 자살자 장례미사와 유족모임을 권장하는 등 그들을 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살자(自殺者,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라는 표현은 당사자만을 책망하는 것 같아 가급적 `자사자`(自死者,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내몰린 사람)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자살 원인 중 경제적 빈곤이나 고독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살은 왜 대죄인가

 그의 말은 자살자를 동정하거나 그 행위를 합리화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죽음을 미화하거나 생명을 경시하면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자사자가 매년 3만 명이 나오는 심각한 현실에서 `자사는 죄다`라고만 되풀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살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 대응은 일본에 비해 경직돼 있는 게 현실이다. `자살은 대죄(大罪)`라는 인식이 팽배해 자살자 장례미사를 거부하는 본당이 많다. 죄의식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이중삼중 고통을 겪는 유족을 배려하는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 자살 시도는 사회와 공동체를 향해 "도와달라"고 외치는 마지막 절규일 수 있기에 교회는 사목상담과 생명교육 등을 통해 자살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진은 지난 3월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자살예방 콜센터 : 1599-3079) 개소식.
 

 전통적으로 자살을 바라보는 가톨릭교회 시선은 매우 단호하다. 모든 자살을 중대한 죄로 간주한다.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더라도 타인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제5계명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인간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 자살은 자기 사랑의 거부이고, 사회 공동체 안에서 자기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기도하다.

 한 마디로 말해, 자살은 하느님께 대항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완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임무를 저버리는 범죄행위라는 게 전통적 가르침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심리적 요인에 의해 자살이 이뤄진다하더라도 그 책임이 감소될 수는 있으나 면제될 수는 없다.

# 자살한 사람들 위해 기도해야  

 그럼에도 국내 자살자 수가 한 해 1만500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개인적 문제로 덮어둘 수만도 없다.

 현대사회의 자살은 개인적 요인 외에 정신의학적 요인(우울증, 정신분열, 가족력)과 사회환경적 요인(가정 붕괴, 성공지향적 사회풍토, 생명경시 대중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이사장은 "지난 반세기 압축성장에 따른 가치관과 생활 양태 변화가 자살률 증가의 토양"이라며 "자살률 급등은 사회가 정신건강의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자살의 20는 정신질환, 나머지 80는 정신병적 성격에서 기인한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자살은 예방 가능한 사회적 문제`라는 공감대를 갖고 예방사업에 힘쓰고 있다.

 교회가 자살을 단죄한다고 해서 구원의 통로마저 봉쇄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283항)

 1983년 개정, 반포된 새 교회법(1184조)에서도 자살자 장례예식에 대한 전통적 거절 원칙이 중지되고, 공개적 추문(醜聞) 연유가 분명한 죄인들에게만 장례식이 금지된다. 정신질환적 상황, 즉 본인의 자유 의지가 결여된 상태에서 행해진 자살의 경우 인간적 나약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강혁준 신부는 "교회법 1184조는 이웃에게 악한 표양이 없는 한, 기도와 예의를 갖춰 장례를 치르도록 배려해주고, 상황이 복잡해 판단이 곤란하면 교구 직권자에게 문의해 그 판단에 따르라고 권한다"며 "특히 교회는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목상담, 생명교육, 자살방지를 위한 사회복지 협조체체 구축 등 자살예방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 자살예방과 관심에 대한 호소
 
 한국교회보다 적극적으로 자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일본 주교회의 산하 카리타스 재팬(Caritas Japan) 계발부회는 일본교회 전체를 향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청하고 있다.

 -금기를 뛰어넘어 자살 문제를 들여다보고 교회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자. 자사자(自死者) 장례를 거행함으로써 유족의 고통을 받아들이자.

 -자사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 교회에 찾아와 자신의 고뇌나 고통을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자.

 -마음의 문제나 생활의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장을 교회 안에 만들자.

 -교회는 `그럼에도 살아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자사유족(自死遺族)이 고통과 슬픔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하자. 자사자나 유족이 가톨릭 신자일 경우, 특히 죄의식이나 편견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면이 있으므로, 역시 교회 안에 유족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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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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