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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콘돔 사용, 왜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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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대학 교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언론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세상의 빛」에서 교황이 마치 콘돔 사용의 허용 가능성을 비춘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는 "콘돔 사용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에이즈 감염을 막는 올바른 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한국 교회 언론에서도 이를 적극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월 20일자 한겨레신문은 `가톨릭 보수파의 과민증`이라며 신앙교리성의 발표를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교회 내 진보 성향의 평신도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톨릭교회의 성윤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교회가 너무 보수적이고 생명보다 교리를 우선시하는 답답한 집단이라고 매도하지만 그것은 생명과 자연법을 중시하는 교회 입장을 왜곡하는 피상적 판단일 뿐이다. 우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왜 콘돔을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자. 콘돔은 남녀가 성관계를 하면서 임신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성관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질병 예방을 위해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콘돔을 사용하는 성관계가 과연 성의 참된 의미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성의 본질적 의미


 가톨릭교회의 성윤리에 따르면 자신을 내어주는 참된 사랑과 일치, 그리고 자녀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닐 수 있는 부부만이 성관계가 허용된다. 생명의 전달과 참된 사랑이 결여된 채 쾌락만을 목적으로 하는 혼전 또는 혼외 성관계에서는 성관계의 본질과 의미가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으므로 당연히 콘돔 사용 등으로 피임을 시도한다. 부부의 경우도 물론 자녀를 원하지 않는 경우 인공 피임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콘돔도 완전하지 않아

 그런데 어떠한 피임도 100 완벽하지 않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자료에 의하면 콘돔은 완벽한 사용시 3, 통상적으로는 14 피임 실패율을 보인다고 한다. 생명을 원하지 않는 남녀 피임의 실패는 대부분 낙태로 이어지므로, 결국 콘돔을 사용하는 성관계는 원하지 않는 임신과 낙태의 가능성을 항상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기혼 여성의 낙태가 19만8000건, 미혼 여성의 낙태가 14만4000건에 이른다고 보고됐는데 95 이상은 경제적 사회적 사유로 자녀를 원하지 않는 낙태, 즉 생명에 책임감 없이 행한 성관계와 피임의 실패로 이어진 낙태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생명의 복음」 13항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피임과 낙태는] 흔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나무의 열매인 것입니다.… 그러한 행위들은 성의 문제에서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쾌락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관계의 결과로 생겨날 수 있는 생명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하여야 하는 적이 되며, 낙태는 피임이 실패할 경우에 유일하게 남는, 선택 가능한 결정적 해답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쾌락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콘돔 등 인공피임을 사용하는 성관계는 대부분 그 본질적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채 쾌락의 도구로 떨어지고, 특히 피임이 실패할 경우 생명을 무책임하게 파괴하는 낙태로 이어지는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 행위로 전락하게 된다.

 피임은 또한 부부 간 참된 일치도 방해한다. 임신 차단을 지향한 채 행하는 성관계는 생명 전달이라는 `객관적인 선`이 결여된 채 서로를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일 뿐이다. 또한 피임을 절대적으로 강요한다면 부인의 경우 피임의 실패로 인해 임신하게 될 두려움으로 움츠러들어 성관계를 통한 즐거움조차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부는 무조건 아이를 생기는 대로 낳아야 할까? 교회는 인공피임을 반대하지만 부부가 책임 있는 부모로서 자녀의 터울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절제를 통해 여성이 자연적 생식 주기에서 임신이 가능한 때에는 성관계를 피하고, 불임 시기에만 성관계를 하는 `자연출산조절법`을 적극 권장한다. 이 경우 부부 사랑의 행위의 결실로서 생명전달의 가능성은 열려있기에, 만일 임신이 됐다면 그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공 피임과 차이점이다.

성, 욕망의 도구 아니다

 콘돔을 에이즈와 같은 질병 예방을 위해서라면 허용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교회는 역시 같은 원칙을 제시한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확산의 원인 중 하나는 일부일처제와 부부의 정결을 올바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HIV 보균자임을 알면서 실패가능성이 있는 콘돔을 사용하면서까지 성관계를 갖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성관계는 자기를 내어주는 참된 사랑의 표현이어야지 단순히 내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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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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