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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화] 사순 시기 금육과 생명의 문화

금육, 생명 문화로 가는 작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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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우리나라는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를 겪었다. 2010년 11월 23일 경북 안동에서 첫 의심 신고가 접수돼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이후 구제역은 매우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됐다. 방역 작업에 공무원,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등 44만여 명이 참여하고, 전국에 1900여 개 이동통제초소를 설치 운영했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지는 못 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축사는 물론이고 인근 축사에서 기르던 가축까지 예방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했다. 이렇게 살처분 된 소와 돼지가 무려 346만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사육 돼지의 약 33, 소의 약 4가 매장됐다고 하니, 이번 구제역 사태의 심각성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구제역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축 매몰지 주변의 악취,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의 환경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정성껏 기르던 가축을 매장한 축산농민들의 슬픔, 방역 및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수의사ㆍ공무원ㆍ자원봉사자 등의 정신적 고통 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강우일 주교는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성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경향잡지」 3월호에 특별 기고했다. 강 주교는 이 글에서 "우리 모두의 지나친 육류 식욕과 가축을 생산품으로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축산업계의 상업적 욕심이 이런 비극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민 연간 육류 섭취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쇠고기 소비량은 1984년 7.1g에서 2009년 22.2g으로 3배 이상, 돼지고기는 1984년 23.0g에서 2009년 52.3g으로 2배 이상, 닭고기는 1984년 10.1g에서 2009년 26.3g으로 2.5배 이상 각각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 연간 육류 섭취량은 37㎏에 이른다. 어른들은 "옛날에는 명절 때나 고기를 먹었는데"하고 말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고기 반찬이 없으면 "먹을 것이 없다"고 푸념할 정도다.

 그러나 과다한 육류 섭취는 개인적으로는 고혈압 등 성인병 유발과 비만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가축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형 사육을 증가시켰다. 과거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었던 넉넉한 공간의 돼지 우리와 외양간은 사라지고, 움직일 공간도 없이 좁은 곳에서 소, 돼지, 닭 등을 대량으로 기르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사육 시설은 이제 마을을 벗어나 축산단지를 따로 형성하고 있다. 먹이도 대부분 사료로 바뀌었다. 게다가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투약도 증가했다. 이로써 소, 돼지, 닭 등의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사육 환경 및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 않다. 집단 사육으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매우 약해졌기에 한 축사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 축사의 가축은 물론이고 인근 가축까지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대규모 공장형 사육을 감소시키려면 과다한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쌀 1㎏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2000리터에서 5000리터 정도의 물이 필요하지만 쇠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2만40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소 1만 마리를 사육하는 비육장에서 배출되는 유기폐기물의 양은 11만 인구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에 맞먹는다고 한다. 육류 섭취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리스도교는 육식을 금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육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금요일에 육식을 금하는 관습이 1세기부터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관상수도회에서는 일 년 내내 또는 거의 일 년 동안 금육을 실천한다고 한다. 특별히 사순시기에는 금육 실천이 강조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의 복음」 회칙에서 "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는 에페소서(5,8)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극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 속에서는, 참된 가치와 진정한 필요성을 분별할 수 있는 예리한 비판적 감각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95항)고 말한다.

 사순시기에 금육을 실천하면서 구제역 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과 피조물들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의 방향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홍석영 교수 (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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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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